3월의 타이베이는 늘 망설임이 많다. 외투를 걸쳐야 할지, 아니면 가벼운 셔츠 한 장으로 충분할지 결정하지 못한 계절의 경계. 공기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으며, 어디선가 옅은 흙내음이 섞여 들어온다. 우리는 그 모호한 공기를 가르며 Tai Bei Xi Men Ting Yi She Jiu Dian의 로비로 들어섰다. 층고가 높고 무심하게 뻗은 공간. 노출된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과 천장을 가로지르는 차가운 금속 파이프들이 마치 도시의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은 그 광경이 마치 비밀 기지 같다며 들떴지만, 나는 그저 이 낯선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었을 뿐이다.
정적이 흐르던 찰나, 둘째가 배고프다며 작은 소리를 질렀다. 마침 로비 한편에 자리 잡은 아늑한 빵집에서 진한 버터 향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우리는 홀린 듯 빵을 골랐다. 첫째는 자신이 고른 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야 한다며 고집을 피웠고, 우리는 결국 서로 닮은 모양의 빵을 씹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매끄러운 금속 벽면에 비친 우리 가족의 모습은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그 소란함이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객실은 타이베이 시내의 다른 곳들보다 여유로웠다. 창문을 여는 순간, 시먼딩의 소음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날카로운 오토바이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도시의 생경한 활기. 하지만 창문을 닫는 순간, 세상은 거짓말처럼 적막에 잠겼다. 그 극명한 간극이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아이들은 빳빳한 침대 위에서 트램펄린이라도 타듯 뛰어다녔고, 나는 그 천진난만한 소란을 관조하며 천천히 짐을 풀었다.
밖으로 나가 마조 행렬을 구경했다. 사람들의 물결에 밀려 걷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끈적한 땀방울이 맺혔다. 3월의 햇살은 다정한 척하면서도 피부를 은근히 달구는 뜨거움이 있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오직 길거리 음식에 쏠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옷에 묻은 소스를 다정하게 닦아주며 다시 Tai Bei Xi Men Ting Yi She Jiu Dian로 돌아왔다. 특별한 사건 없는 하루였지만, 흙이 묻은 젖은 운동화와 배부른 포만감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도시의 조각들이 건넨 다정한 인사
1. 노출된 천장 파이프 - 회색빛의 차가운 금속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도시의 혈관처럼 보인다. 무심한 산업적 미학을 발견한 첫째가 비밀 기지 같다며 가장 먼저 외쳤다.
2. 갓 구운 크루아상의 온기 - 손끝에 닿는 바삭한 질감과 코끝을 찌르는 진한 버터의 풍미.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멈춰 서서 이 향기를 찾아낸 것은 둘째였다.
3. 바스락거리는 흰색 시트 - 빳빳하게 다려진 면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의 쾌적함. 침대에 몸을 던지며 깊은 한숨을 내뱉은 엄마가 가장 먼저 느꼈다.
4. 창밖의 붉은 네온사인 - 시먼딩의 밤을 수놓은 원색의 불빛들이 방 안까지 스며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야경을 바라보던 아빠가 우리를 불렀다.
5. 미지근한 세면대 물 - 하루 종일 걸어 다닌 발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내는 적당한 온도. 누가 더 풍성한 거품을 만드는지 내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먼저 발견했다.
신발장에 나란히 놓인, 흙이 조금 묻은 운동화 네 켤레.
- 호텔 근처 돈키호테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간식을 미리 사두면 밤 시간이 훨씬 평화롭습니다.
- 3월의 타이베이는 변덕스러우니, 얇은 가디건을 챙겨 시먼딩 거리를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