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얇은 습기 막을 씌운 듯 끈적였던 8월의 타이베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젖은 어깨를 툭툭 치며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가 비릿한 흙내음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는 그 낯선 향기에 이끌려 무작정 걷다 Tai Bei Xi Men Ting Yi She Jiu Dian의 로비로 스며들었다. 그곳은 바깥의 소란스러운 경적 소리와 숨 막히는 열기를 단숨에 지워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적이었다. 7미터 높이의 천장이 주는 압도적인 개방감과 노출 콘크리트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질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을 감싸던 끈적임이 씻겨 내려가며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 정말 타이베이 맞아?" 당신이 나직하게 속삭인 말에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시먼딩의 거리에서 원색의 그라피티와 낯선 리듬의 음악을 구경했고, 호텔 내 아늑한 빵집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하고 고소한 버터 향에 홀린 듯 멈춰 섰다.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끝에 전해질 때, 여행의 긴장은 어느덧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기분 좋게 아파올 때쯤 돌아온 현대적인 객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촉감 속에 몸을 던지자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방 안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소란함이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였지만, 두꺼운 벽은 그 모든 소음을 정중하게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정적 속에서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동안 말없이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이 침묵을 어색하다고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공백이 오히려 가장 밀도 높은 대화였다. 굳이 말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것이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가장 큰 수확이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하얀 찹쌀밥 위에 노란 단무지와 짭조름한 육송, 그리고 갓 튀겨낸 요우티아오를 얹어 꾹꾹 눌러 담았다. "밥알이 자꾸 뭉쳐지지 않아"라며 쩔쩔매는 당신의 서툰 손길이 조금 우스워 나는 슬쩍 손을 뻗어 도와주었다. 완성된 주먹밥은 모양이 엉성했지만, 입안에서 퍼지는 온기는 정확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밥알의 끈적임과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베이의 낮게 깔린 회색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60퍼센트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기로 한 여행이었는데, 오히려 그 빈 공간 덕분에 당신의 표정이 더 세밀하게 보였다. 눈가에 맺힌 작은 웃음이나, 커피잔을 쥐고 있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란 생각보다 강력했다. 오후에는 다시 비가 내렸다. 8월의 소나기는 예고 없이 쏟아졌고, 우리는 좁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쓴 채 빗줄기 속을 걸었다. 한쪽 어깨가 젖어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우리는 빗소리가 만드는 리듬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젖은 운동화가 무거워졌지만 상관없었다. Tai Bei Xi Men Ting Yi She Jiu Dian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을 감싸는 포근한 공기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샴푸의 은은한 향기가 욕실 가득 퍼지고, 보송보송한 가운을 입고 침대에 다시 누웠을 때 우리는 동시에 깨달았다. 대단한 명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그저 이 공간에서 당신과 함께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눅눅한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나눈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쁘지 않다는 담백한 긍정이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다시 그 소란스러운 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붙어 걷기로 했다.
- 시먼딩의 골목마다 숨어있는 작은 소품샵과 거리 예술을 천천히 구경해 보세요.
- 조식 뷔페에서 육송과 요우티아오를 듬뿍 넣은 나만의 주먹밥을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