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를 깨우는 달콤한 빵과 커피의 향기
비가 그친 뒤의 타이베이는 거대한 찜통 같았다. 창밖의 풍경은 뿌연 습기로 가득했고, 방 안에는 에어컨이 내뿜는 낮은 기계음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Tai Bei Shi Dai Yu Suo 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로 내려갔다. 7월의 아침 공기는 피부에 닿자마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기 싫다며 투덜거렸고, 첫째는 머리를 예쁘게 묶어달라고 고집을 부렸으며, 둘째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내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투명한 컵 표면에는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혔다. 손가락 끝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감촉이 잠시나마 정신을 깨웠다. 아이들은 쌉싸름한 커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설탕이 듬뿍 뿌려진 빵과 달콤한 음료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입가에 하얀 크림을 묻힌 채 오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작은 다람쥐 같았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빵을 씹는 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섞여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호텔 밖의 숨 막히는 열기와 대조되는 이곳의 쾌적한 냉기는 우리 가족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배를 채웠으니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만난 지글거리는 육즙의 향연
시먼딩으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더 습했다. 걷기 시작한 지 불과 5분 만에 셔츠 뒷부분이 등에 눅눅하게 달라붙었다. 아이들은 금방 지쳐 걸음이 느려졌고, 둘째가 문득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빠, 왜 여기는 공기가 물 같아?" 나는 대답 대신 아이의 젖은 앞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다. 정답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이 눅눅하고 무거운 공기 자체가 타이베이 여름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것이 진짜 여행이니까.
우리가 찾아 들어간 곳은 '항샤취'라는 와규 구이 집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고소하게 익어가는 고기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찔렀다.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선홍빛 와규가 올라가는 순간,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지방이 녹아내리며 내는 특유의 진한 풍미가 공간 전체를 가득 채웠다. 첫째는 고기가 다 익기도 전에 젓가락을 움직이려다 내 엄한 제지를 받았지만, 이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었다. 씹을 필요도 없이 혀 위에서 녹아내리는 기름진 맛이 온몸의 피로를 씻어내리는 기분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시먼딩 거리의 소란스러운 소음이 배경음악처럼 흘러들어왔다. 화려한 맛집 리스트를 쫓아다니는 것은 때로 피곤한 일이지만, 눈앞의 정직한 육즙과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은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해주었다. 배가 부르자 다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다. 다시 땀을 흘리겠지만, 고기의 힘을 빌렸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15층의 정적과 망고 젤리가 주는 작은 사치
다시 Tai Bei Shi Dai Yu Suo의 객실로 돌아왔다. 15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타이베이의 밤은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반짝이는 점들의 집합이었다. 창밖은 여전히 화려한 불빛들로 일렁였지만, 두꺼운 벽 덕분에 방 안은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낮에 이용하려 했던 조용한 스파나 24시간 헬스장 대신, 나는 이 완벽한 정적 속에 머물기로 했다. 아이들은 씻고 나서 곧바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바스락거리는 깨끗한 호텔 침구의 감촉과 포근한 세제 냄새가 방 안을 감쌌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 고른 숨소리만 들릴 때쯤,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낮에 편의점에서 미리 사 온 망고 젤리와 캔맥주 하나를 꺼냈다. 손바닥에 닿는 알루미늄 캔의 서늘한 감촉이 짜릿했다. 젤리를 한 입 씹자 진한 망고 향이 입안 가득 퍼졌고, 끝맛에 남은 약간의 새콤함이 입맛을 돋웠다. 15층의 높이 덕분에 도시의 소음은 아주 멀게만 느껴졌고, 낮 동안의 소란함은 마치 다른 세상의 일처럼 아득해졌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이었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맡기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행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같은 거창한 질문은 지금 이 순간 무용했다.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차가운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진실이었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아이들의 작은 발가락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내일은 또 어떤 소란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방의 정적은 완벽했다. 무거운 피로가 기분 좋게 몸을 눌러왔고, 눈을 감으니 도시의 잔상이 붉게 남았다. 참으로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 둔화역 근처의 '한라이 해항' 뷔페에서 신선한 생굴과 게 요리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 낮에는 무리하게 걷기보다 시내의 작은 카페에서 얼음 가득한 밀크티를 마시며 사람 구경을 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