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서툰 여행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증거들
1. 하얀 침대 시트: 빳빳하고 서늘한 감촉. 구글 지도를 켜놓고 한 시간 동안 서로 반대 방향이라고 우기던 우리의 유치한 고집을 묵묵히 받아냈다. 결국 우리는 호텔 근처 편의점으로 다시 돌아왔고, 시트 위에는 우리가 포기한 지도의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다.
2. 방 키 카드: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차가운 촉감. 너무 웃어서 손이 떨리는 바람에 카드 키를 세 번이나 잘못 긁었던 그 당혹스러운 순간을 기억한다.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고 우리는 복도에 서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한참을 더 웃었다.
3. 편의점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야식으로 무엇을 살지 십 분 넘게 토론한 끝에 결국 평소에 먹던 것만 가득 담아온 우리의 결정장애를 증언한다. 봉투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다음 메뉴를 고민했고, 결국 선택한 펑리수는 적당히 달고 눅눅했다.
4. 두툼한 흰 수건: 포근하고 묵직한 면의 질감. 누가 더 지쳤는지 내기라도 하듯 침대에 널브러진 우리들의 무기력함을 덮어주었다. 10월의 타이베이 공기는 건조했고, 피부에 닿는 수건의 온기는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적당히 덮어주는 기분이었다.
5. 침대 옆 스탠드 조명: 나른하게 퍼지는 노란빛의 온기.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서 타이베이 일공일 타워에 가자고, 이번엔 정말로 약속하자고 속삭였던 우리의 헛된 다짐들을 비추었다. 조명 아래서 우리는 진지하게 계획을 짰지만,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뜬 것은 우리 모두의 암묵적인 합의였다.
만약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이 방의 물건들은 우리를 '계획 없는 탐험가들' 혹은 '길치들의 모임'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의 정갈하고 기능적인 방 안에서 우리는 어떤 거창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다. 로비에 들어설 때 느껴지던 은은한 향내음이 마치 작은 사찰에 온 듯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고, 그 평온함은 방 안까지 이어졌다. 그냥 걷다 보니 나타난 이름 모를 골목의 눅눅한 냄새가 좋았고,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국수의 육수 맛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너 진짜 길 못 찾는다"라고 툭 던지는 농담과, "네가 가자며"라고 받아치는 유치한 말싸움이 우리 여행의 유일한 대화법이었다.
효율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동선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오히려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었다. 10월의 타이베이는 하늘이 지나치게 푸르러서, 우리가 하는 모든 엉뚱한 짓들이 마치 정교하게 짜인 연극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특별해지기를 포기하고 그냥 걷기로 한 순간, 비로소 평범한 순간 속에 숨어있던 작은 즐거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얇은 외투를 걸치고 거리로 나섰을 때 피부를 스치던 그 적당한 서늘함, 그리고 다시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의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던 그 안락함. 우리는 서로의 서투름을 비웃으면서도, 그 서투름 덕분에 더 오래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고,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창밖으로 흐르던 타이베이의 밤거리와 식탁 위 식어버린 차 한 잔.
-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목적지 없이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한다.
- 10월의 건조한 공기를 느끼며 편의점의 낯선 음료수를 하나씩 골라 마셔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