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풍이 섞인 공기는 끈적하면서도 찼다. 외투 깃을 세우고 걸으면 입술 끝에 하얀 입김이 맺혔고, 거리에는 눅눅한 아스팔트 냄새가 낮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특별한 계획 없이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낯선 도시의 어느 구석에 몸을 누이고, 모든 소음을 차단한 채 가만히 있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다섯 가지 순간들
욕조가 있을 리 없다는 내기. 요즘 시내 호텔들은 공간을 넓히려고 욕조를 없앤다는 말을 믿고,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에 들어가기 전 내기를 했다. 결과는 내 패배였다. 쏴아 하는 강한 수압과 함께 하얀 욕조에 뜨거운 물이 차오르자, 하루 종일 걷느라 팽팽하게 긴장했던 종아리 근육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풀렸다. '아, 그냥 졌어도 상관없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한 온도였다.
아침의 눅진한 두유 한 잔. 조식 뷔페에서 만난 대만식 두유는 예상보다 훨씬 진하고 걸쭉했다. 혀끝에 남는 은은한 설탕의 단맛과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액체가 몸속의 냉기를 밀어냈다. 세련된 카페의 라테는 아니었지만, 40년쯤 이곳에서 살아온 현지인의 아침을 훔쳐본 기분이었다. 서로의 입가에 묻은 하얀 거품을 보며 낄낄거린 그 짧은 순간, 다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겼다.
101 타워의 소음과 습한 추위. 새해를 맞이하는 인파 속에 섞여, 코끝을 스치는 매캐한 화약 냄새와 눅눅한 공기를 견뎠다. 폭죽이 터지는 굉음이 고막을 때릴 때, 우리는 거창한 소망 대신 서로의 외투 주머니 속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진짜 춥다, 그치?"라는 짧은 말 한마디에 담긴 온기. 젖은 길바닥과 소란함 속에서도 함께라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안온한 밤이었다.
호텔 앞 유니클로에서의 패닉 쇼핑.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 바로 앞에 유니클로와 지유가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구원이었다. 1월의 타이베이가 이렇게 쌀쌀할 줄 몰랐던 우리는, 체크인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매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결국 셋 다 똑같은 검은색 히트텍 레깅스를 샀고, 방으로 돌아와 나란히 누운 모습이 마치 싱크로나이즈 선수들 같아 한참을 웃었다. 계획 없는 여행이 주는 엉뚱한 일치감이 좋았다.
방 안의 적당한 정적. 시내 중심가라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지만, 묵직한 암막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눕는 순간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기분이 들었다. 바스락거리는 깨끗한 침구의 감촉과 밖에서 들려오는 뭉툭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묘한 대비를 이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각자의 휴대폰을 보다가, 어느 순간 동시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안락함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조각들이 모여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거창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욕조의 온도, 두유의 단맛, 그리고 함께 입은 검은 레깅스의 우스꽝스러움 같은 것들이 마음의 빈틈을 채웠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든 방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70퍼센트의 힘만 쓰며 느릿하게 걸었던 타이베이의 거리, 그리고 돌아와 눕던 그 포근한 침대. 그것들이 모여 이번 여행의 온도가 되었다.
젖은 운동화와 따뜻한 두유,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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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의 따뜻한 두유는 꼭 드셔보세요. 겨울 아침의 냉기를 없애기에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