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도시 속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만진 다섯 가지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5월의 타이베이는 온 도시가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진 건 쾌적한 냉기와 빳빳하게 마른 시트의 정갈한 냄새였다. 눅눅한 옷을 벗어 던지고 차가운 천 위에 몸을 눕혔을 때, 마치 습한 바다를 건너 마른 섬에 도착한 것 같은 해방감이 밀려왔다. "여기는 구름 위 같아!" 둘째가 외치며 침대 위를 굴렀고, 우리는 그 소란스러운 포근함 속에 함께 파묻혔다. 이 쾌적한 촉감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침대 위에서 트램펄린처럼 뛰기 시작한 막내였다.
따뜻한 두유 한 잔. 조식 뷔페의 웅성거림 속에서 찾은 작은 평화였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유의 표면은 매끄러웠고, 한 모금 들이켜면 뱃속 깊은 곳까지 몽글몽글한 온기가 퍼졌다. 첫째는 빵에 잼을 듬뿍 바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어머니는 조용히 두유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창밖의 흐린 하늘을 응시하셨다. 콩의 고소함이 혀끝에 닿는 순간, 이것이 여행의 진짜 맛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셨다.
물방울 맺힌 투명 우산. 호텔 밖을 나서면 다시 시작되는 5월의 비. 우산 천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규칙적인 메트로놈처럼 들렸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젖은 아스팔트의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로비에 들어서며 우산을 접을 때 바닥으로 쏟아지던 투명한 물줄기들. 막내가 그 물줄기를 보며 "비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나 봐"라고 속삭인 순간, 우리는 모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바닥에 생긴 작은 물웅덩이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발끝으로 툭 친 것은 호기심 많은 첫째였다.
방 안을 채운 백합 향기. 어머니날을 기념해 준비한 하얀 백합이었다. 조명 아래서 진주처럼 희게 빛나는 꽃잎은 벨벳처럼 부드러웠고, 방 안에는 진한 꽃향기가 밀도 있게 들어찼다. 밖은 여전히 습하고 소란스러웠지만,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의 아늑한 객실만큼은 다른 세상 같았다. 아이들은 꽃잎을 만져봐도 되냐고 계속 물어왔고, 결국 온 가족이 코를 맞대고 향기를 공유하는 다정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이 진한 숨결을 가장 먼저 들이마신 건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던 막내였다.
플라스틱 룸 카드. 손가락 끝에 닿는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 카드키를 슬롯에 밀어 넣을 때 나는 '틱' 하는 작은 기계음과 함께 방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는 순간. 그것은 긴 여행의 끝이자 완전한 휴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누가 이 카드를 소유할 것인가를 두고 첫째와 둘째가 유치한 협상을 벌이는 동안, 나는 그들의 작은 손가락들이 겹쳐진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주는 권력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역시 첫째였다.
젖은 운동화를 나란히 벗어놓은 현관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해 보였다.
- 5월의 타이베이는 비가 잦으니, 가벼운 접이식 우산과 금방 마르는 소재의 옷을 챙기길 권한다.
- 호텔 근처의 편의점에서 현지 간식을 사서 밤늦게 아이들과 나눠 먹는 소소한 시간을 가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