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끝에서 마주한 무심한 환대
타이베이의 11월은 공기가 적당히 서늘했다. 외투 깃을 세워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어깨 끝에 한기가 닿는 그런 날씨. 우리는 조금 지친 상태로 Luo Qi Da Fan Dian Zhong Xiao Guan의 로비에 들어섰다. 밖은 여전히 자동차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지만, 자동문이 닫히는 순간 소음의 밀도가 달라졌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눈을 피하며 휴대폰을 만졌다. 아직은 함께 있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각자의 리듬이 완전히 섞이지 않은 상태였다. 로비의 조명은 과하게 밝지 않았고, 직원의 응대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리는 그 무심한 친절함이 오히려 편안했다. 거창한 환영보다는 그냥 이곳에 왔음을 인정받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발소리가 사라지는 정적의 통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객실로 향하는 복도는 길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두툼했다. 구두 굽 소리가 먹먹하게 흡수되었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걸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들, 누군가의 낮은 대화 소리나 카트가 지나가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 소리들이 오히려 우리가 지금 아주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어깨가 아주 가끔 스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싫지 않았다. 복도의 조명은 낮게 깔려 있었고, 그 빛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추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그저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오직 우리만 남겨진 사각형의 세계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자, 우리만의 작은 세계가 나타났다. 방 안은 쾌적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빳빳하게 정돈된 하얀 시트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시트가 몸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속에 몸을 담그자, 밖에서 걷느라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들이 천천히 풀렸다. 물 온도는 정확했다.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을 정도의 온도. 우리는 욕조 너머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늘 먹은 음식의 맛이 어땠는지, 내일은 어디를 갈지 같은 사소한 것들.
저녁에는 작은 찻잔에 따뜻한 차를 우려냈다. 찻잎이 천천히 퍼지며 내는 은은한 향이 방 안에 머물렀다. 찻잔을 쥔 손끝으로 온기가 전해졌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요함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11월의 서늘한 공기를 막아주는 두꺼운 커튼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우리. 이 작은 사각형의 공간이 주는 안도감은 생각보다 컸다.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타인의 시간
커튼을 살짝 걷어 창밖을 보았다. 다안 구의 거리에는 여전히 수많은 차와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거대한 기계처럼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 아래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 서두르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는 창가에 기대어 그 풍경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우리는 그 소란스러운 흐름 속에 있지 않았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간 속에 머물고 있었다. 밖은 소란스럽지만 안은 고요했고, 밖은 바쁘지만 우리는 느렸다. 그 대비가 묘한 쾌감을 주었다. 너와 내가 함께 이 정지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냥 좋았다.
다음 날 아침, 조식으로 나온 따뜻한 두유 한 잔을 마셨다. 적당히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혀끝에 남았다. 매일 조금씩 바뀌는 메뉴라고 하지만, 사실 무엇이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앉아 김이 나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그 순간의 온도가 중요했다.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다시 소음 속으로 들어가겠지만, 이제는 서로의 보폭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창가에 놓인 빈 찻잔 속에 11월의 햇살이 고여 있었다.
- 다안 구의 세련된 거리와 쇼핑몰을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조식으로 제공되는 따뜻한 현지식 두유와 함께 느긋한 아침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