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여정, 왜 이곳이 가장 완벽한 안식처였을까
12월의 타이베이는 살결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바람이 매섭다. 신이구의 거리로 나서면 옷깃을 아무리 여며도 스며드는 서늘함에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하지만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의 묵직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피부에 닿는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바뀐다. 웅장하게 뻗은 3층 높이의 대리석 로비는 외부의 소란을 단숨에 지워버리고, 은은한 금빛 조명과 함께 포근한 온기를 내뿜는다. 발끝에 닿는 매끄러운 대리석의 냉기와 공기 중에 감도는 고급스러운 향취가 교차하며 여행자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늘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의 싸움이다. 걷기 싫다며 떼를 쓰는 첫째와 길가에 멈춰 선 둘째를 달래며 깨달은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치밀한 계획보다 언제든 돌아와 숨을 고를 수 있는 단단한 울타리였다. 빳빳한 카펫이 아이들의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키는 복도를 지나 객실에 들어서면, 비로소 팽팽했던 마음의 끈이 풀린다.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밖에서 겪은 작은 소동들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두터운 외투 같은 공간이었다.
아이의 작은 눈에 비친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둘째는 온수 수영장에 발을 담그는 순간, 세상의 모든 보물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뺨을 스치는 찬 공기와 몸을 감싸는 미지근한 물의 기묘한 온도 차이. 아이는 물속에서 뱅글뱅글 돌며 "엄마, 이건 마법의 물이야!"라고 외쳤다. 나는 젖은 수건의 눅눅한 감촉을 느끼며, 이 온기라면 한 시간쯤 더 머물러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결이 찰랑이는 소리와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수영장 가득 울려 퍼졌고, 수면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은 마치 구름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다음 날 아침, 카페 조식 뷔페에서의 풍경은 더 생생했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커피의 쌉싸름한 내음이 뒤섞인 공간에서, 첫째는 오믈렛을 구름처럼 쌓아 올렸고 둘째는 낯선 열대과일의 맛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계속해서 포크를 움직였다. 아이들은 서투른 손길로 접시 위에 자신들만의 작은 성을 쌓았다. 어른들에겐 그저 어지러운 식탁이었겠지만, 아이들에겐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만찬장이었을 것이다. 마음껏 고를 수 있다는 자유와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가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여기 계속 살면 안 돼?"라는 아이의 엉뚱한 질문에 나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떠나는 길, 마음속에 가장 깊이 각인될 장면은 무엇일까
체크아웃 직전, 하얀 시트 위에 엉켜 잠든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며칠간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고요한 시간. 창밖으로는 타이베이의 빌딩 숲과 타이베이 101 빌딩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거창한 교육적 경험이나 명소 방문 같은 목표들은 이미 희미해졌다. 남은 것은 빳빳한 침구의 감촉, 욕실의 은은한 비누 향, 그리고 잠결에 내뱉은 작은 잠꼬대 같은 것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찰나들이 모여 결국 가장 선명한 기억이 된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장난감 조각을 줍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어도 충분했던 이 안락함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임을 직감했다. 그것은 마치 부드러운 솜이불처럼 우리 가족의 기억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아이들의 고요한 숨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온기로 채우고 있었다.
- 조식 뷔페 카페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신선한 과일 컵과 부드러운 달걀 요리를 먼저 챙겨보길 권한다.
- 호텔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까지 천천히 걸으며 12월의 차가운 공기와 도시의 야경을 함께 관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