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시럽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버무려진 아침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압도적인 층고에 둘째가 눈을 크게 떴다. "아빠, 여기가 진짜 성이야?" 아이의 순수한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우리는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의 케이피 하우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피부를 끈적하게 감싸던 타이베이의 습한 열기는 사라지고 쾌적하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여덟 가지의 서로 다른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호텔의 명성답게, 조식 식당은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접시에 푹신한 팬케이크와 톡 터지는 소시지, 그리고 이름 모를 원색의 열대 과일들을 산처럼 쌓아 올렸다. 황금빛 시럽이 접시 가장자리를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렸고, 아이들의 입가에는 끈적한 단맛이 훈장처럼 묻어 있었다. 나는 갓 추출한 커피의 쌉싸름한 향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뒤섞인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누군가는 정갈한 식탁을 권하겠지만, 여행지에서의 식탁은 조금 엉망이어도 괜찮다. 아이들의 웅성거림과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이 소란스러운 평화가 좋았다. 충분한 카페인이 혈관을 타고 흐르자 비로소 낯선 도시를 탐험할 용기가 생겼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완벽한 시작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선물한 진한 우육면의 위로
호텔 문을 나서는 순간, 30도의 열기와 76퍼센트의 습도가 거대한 벽처럼 우리를 덮쳤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아른거렸고, 걷기 시작한 지 불과 5분 만에 셔츠 뒷면이 눅눅하게 달라붙었다. 일공일 타워를 향해 걷던 중, 예고도 없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7월 타이베이의 소나기는 성격이 급했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근처의 작은 식당으로 몸을 피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아이들의 운동화는 이미 짙은 고동색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눅눅함도 잠시, 주문한 우육면의 진한 육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자, 빗줄기에 살짝 내려갔던 체온이 빠르게 차올랐다. 쫄깃한 면발의 식감과 부드러운 고기가 입안에서 어우러졌고, 뜨거운 국물은 몸뿐만 아니라 긴장했던 마음까지 노곤하게 녹여주었다. 밖에서는 빗소리가 요란하게 지붕을 때리고 있었지만, 식당 안의 공기는 오히려 아늑하고 차분했다. 젖은 옷가지의 찝찝함조차 이 순간에는 잊지 못할 여행의 조각이 된다.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몰골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계획된 일정보다 훨씬 더 생생한, 진짜 여행의 맛이었다.
도시의 불빛을 안주 삼아 나누는 고요한 밤의 조각
객실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눕혔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에 나란히 누운 아이들의 숨소리가 일정해질 때까지, 나는 한동안 그 곁을 지켰다. 방 안의 조명을 낮추자, 창밖으로 일공일 타워의 황금빛 불빛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의 포근한 침구는 하루 종일 걷느라 지친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우리는 미리 사 온 잘 익은 망고와 간단한 디저트를 작은 테이블 위에 차렸다. 차갑게 식힌 망고의 과육은 혀끝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부부만이 공유하는 고요한 대화가 채워졌다. 냉장고의 낮은 웅웅거림과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이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특별한 주제의 대화는 없었다. 그저 차가운 과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보석처럼 빛나는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안락함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그 평온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했다. 내일은 또 어떤 엉망진창인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분 좋은 기대감을 품은 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저 함께 있었다는 것, 그거면 충분했다.
- 케이피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신선한 열대 과일 플래터의 다채로운 색감과 맛을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 호텔에서 도보 거리인 일공일 타워 주변의 골목 식당에서 현지 우육면의 진한 풍미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