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온천은 어디서 나와요?" 대답 대신 아이는 몸보다 훨씬 큰 호텔 가운을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질주한다. 발소리가 두꺼운 카펫 속으로 깊게 파묻혀 둔탁한 울림으로 변한다. 아이는 자신이 전설 속의 영웅이라도 된 양 씩씩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린다. 복도 끝에 멈춰 선 아이의 뺨이 잘 익은 사과처럼 발갛게 달아올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눈동자에는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렘과 탐험심이 가득 차 있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다. 디에이치씨 비누의 은은한 향기가 좁은 욕실 안을 빠르게 메웠다. 호텔 그레이스리 타이베이의 욕실은 젖은 공간과 마른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 무척 쾌적하다. 샤워 공간에서 몸을 씻고 나와 물기를 털어낸 뒤, 보송보송한 마른 바닥을 밟을 때의 그 매끄러운 감각.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적당해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과하지 않은 온기가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의 시간이다.
창밖으로는 중샤오신생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소음과 도시의 활기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온다. 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와 묵직한 미닫이문을 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은 단절된다. 툭, 하고 문이 맞물리는 짧은 소리. 그제야 방 안의 고요가 선명한 입체감으로 살아난다. 검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건물 외관과 달리 내부는 하얗고 정갈하다. 소음이 사라진 빈자리에 가족들의 낮은 속삭임과 다정한 웃음소리가 천천히 스며든다.
이른 아침, 호텔 근처 푸항또우장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서서 기다렸다. 따뜻한 두유의 온기가 종이컵을 통해 손끝으로 뭉근하게 전해진다. 갓 튀겨내 바삭함이 살아있는 빵과 두유의 부드러운 눅눅함이 입안에서 묘하게 어우러진다. 아이들은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묻힌 채 서로를 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12월의 서늘한 아침 공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식사였다.
12월의 오후 햇살은 낮고 길게 깔리며 방 안 깊숙이 들어온다. 하얀 벽과 나무 문틀 사이로 긴 그림자가 시계추처럼 천천히 이동한다. 햇볕이 머물다 간 바닥은 미지근한 온기를 품고 있어 맨발에 닿는 느낌이 다정하다. 그 위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간이 평소보다 느릿하게 흐르는 기분이 든다. 창밖으로는 찬 바람이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지만, 이곳의 빛은 한없이 따스하다. 그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을 모두 달성한 기분이다.
호텔에서 제공한 하얀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첫째는 끝까지 잠옷 단추를 하나씩 잘못 채워 삐뚤빼뚤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깨끗한 면의 촉감이 살결에 부드럽게 감긴다. 호텔 내 세탁 시설 덕분인지, 갓 세탁된 옷에서 나는 무색무취의 정갈한 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힌다. 디에이치씨 세안 무스를 얼굴에 올리면 구름 같은 거품이 피부를 포근하게 감싼다. 이 작은 소품들이 여행자라는 긴장을 덜어주고 안도감을 준다.
넓은 침대 위에 넷이 엉킨 채 누웠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저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리듬처럼 들릴 뿐이다. 밖은 춥고 한 해는 저물어가지만, 이 하얀 사각형의 공간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작은 요새처럼 따뜻하다. 더 이상 어디로 이동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용한 시간의 흐름이 오히려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얀 이불 속에서 모두의 발가락이 서로 맞닿아 있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근처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를 천천히 산책하며 예술적 영감을 나눠보세요.
- 아침 식사 후 호텔 내 욕조에서 따뜻한 반신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녹여내는 시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