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소음과 미지근한 거리감
충효신생역 1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1월의 날카로운 북동풍이 뺨을 매섭게 때렸다. 겹겹이 껴입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에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외투 깃을 세워주며 걸었다. 호텔 그레이스리 타이베이까지 걷는 짧은 거리 동안, 하얗게 흩어지는 입김만이 우리가 낯선 땅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신호였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훅 끼쳐오는 온기와 은은한 우디 계열의 방향제 향기가 얼어붙은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따뜻한 호박색 조명이 흐르는 로비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며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다. 아직은 서로의 여행 리듬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다정한 대화보다는 주변의 소란을 관찰하는 쪽을 택했다. 일본어와 영어가 섞여 드는 로비의 웅성거림이 오히려 우리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적당히 덮어주는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따뜻하네." 내 작은 혼잣말에 상대가 희미하게 웃었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정적의 복도, 느려지는 발걸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객실로 향하는 길은 지나치게 정갈했다. 화이트 톤의 벽과 옅은 나무색이 조화를 이룬 공간 위로 은은한 매립등이 길을 안내했고, 공기 중에는 잘 닦인 나무의 정갈한 향이 감돌았다. 발소리를 낮게 잡아먹는 두툼한 카펫의 촉감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고, 복도를 지날수록 도시의 소음은 아득히 멀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줄였다. 복도의 정적이 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밀어붙였다.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었을 때, 드르륵 하며 밀리는 슬라이딩 도어의 마찰음이 공간의 경계를 나누는 신호처럼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속도를 버리고 우리만의 속도로 진입했다.
오직 우리만 남겨진 순백의 요새
방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결벽에 가까운 깨끗함이었다. 순백색의 벽지와 나무 문틀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 그리고 한쪽에 놓인 푹신한 소파 베드가 이곳이 온전한 휴식처임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조에 물을 받았다. 수전에서 쏟아지는 묵직한 물소리가 방 안의 적막을 기분 좋게 채웠고, DHC 어메니티의 은은한 꽃향기가 습기와 섞여 몽환적으로 떠다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밖에서 굳어있던 근육들이 눈 녹듯 풀렸다. 매끄러운 물의 촉감과 욕실 거울을 가득 채운 하얀 김 속에 갇혀 있자니,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호텔에서 제공한 두툼하고 부드러운 홈웨어를 입고 나와 빳빳하게 마른 시트가 깔린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살결에 닿는 면의 서늘함과 곧이어 전해지는 서로의 체온. 공기청정기의 낮은 웅웅거림이 포근한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밤이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행의 진짜 목적은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누워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맞닿은 어깨를 통해 충분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무심하게 흐르는 세계
커튼을 걷자 1월의 타이베이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회색빛 구름 사이로 도시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투명한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소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되었다. 저 아래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의 헤드라이트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무심한 흐름을 관찰하는 것은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자, 바깥의 냉기와 안쪽의 온기가 교차하는 지점이 느껴졌다. "내일은 푸항또우장에 가볼까." 내 낮은 속삭임에 상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의 추위를 뚫고 마실 따뜻한 두유의 온기를 상상했다.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었다. 함께 바라보는 풍경의 색깔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심되는 밤이었다.
창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느릿하게 궤적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 숙소에서 도보 거리인 '푸항또우장'에서 따뜻한 두유와 요우티아오로 아침을 시작해보세요.
- 근처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의 겨울 산책로를 따라 전시를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