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의 방과 소란의 옥상
엘리베이터가 14층에 닿을 때까지, 나는 숫자가 바뀌는 소리 없는 리듬을 가만히 지켜봤다. 방 문을 열자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갓 세탁한 린넨의 서늘한 향기와 빳빳하게 펴진 하얀 시트였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매트리스의 적당한 탄성이 하루 종일 긴장했던 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그제야 여행의 피로가 묵직한 무게가 되어 쏟아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베이 101 빌딩은 어스름한 11월의 보랏빛 하늘을 가늘게 꿰매고 있었다. 도시의 소음이 아득하게 들려오는 그 정적인 공간에서, 나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오직 나만이 소유한 고요한 시간을 천천히 음미했다.
우리는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누가 더 빨리 캐리어를 펼치는지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다. 좁은 방 안은 순식간에 옷가지와 잡동사니로 엉망이 되었고, 그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우리의 흥분을 증명하는 것 같아 즐거웠다. 우리는 곧장 루프탑 테라스로 뛰어 올라갔다. 뺨을 스치는 11월의 바람은 생각보다 쌀쌀해 다들 외투 깃을 바짝 세웠지만, 그 서늘함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깨웠다.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도시의 불빛을 배경 삼아 맥주 캔을 따는 경쾌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고, 우리는 서로의 엉뚱한 선택들을 가감 없이 디스하며 배를 잡고 웃었다. 101 빌딩의 야경이 보인다는 사실보다, 함께 있다는 해방감이 더 달콤한 밤이었다.
혀끝의 미학, 눈앞의 소동
제9역의 정교한 솥요리 집으로 향했다. 내 앞에 놓인 제왕게 훠궈의 국물은 짙은 붉은색으로 묵직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뜨거운 김이 안경알에 하얗게 서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해산물의 풍미는 더욱 선명해졌다. 젓가락 끝에 걸린 게살의 달큰한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이 혀끝에 닿는 순간, 11월의 쌀쌀한 외기가 순식간에 잊혔다. 화려한 궁중풍 인테리어보다는 내 입안에서 터지는 통통한 새우 한 마리의 감각,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뜨거운 국물의 온기에 온 신경을 집중한 밀도 높은 식사였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압도한 것은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금색 장식들이었다. 마치 황궁에 잘못 들어온 것 같은 과한 분위기에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여기서 밥 먹으면 우리도 황제 되는 거냐"며 농담을 던지는 친구의 목소리가 높은 천장에 메아리쳤다. 물론 게살은 훌륭했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국물이 튀어 당황한 친구의 표정과 마지막 남은 아이스크림 한 컵을 두고 벌인 치열하고 유치한 가위바위보였다. 맛의 기억보다 그 상황의 공기가 더 진하게 남은, 전형적인 우리다운 식사 시간이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침묵하며 동의한 것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취향 차이로 다퉜다. 어느 식당이 더 맛있는지, 몇 시에 일어나야 효율적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Yi Pin Shang Lv의 욕실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토토 위생도기의 매끄러운 촉감과 록시땅 어메니티의 은은한 허브 향기가 좁은 공간을 포근하게 채우고 있었다.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어깨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듯한 매끄러운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동시에 깨달았다. Yi Pin Shang Lv의 이 쾌적한 공간이야말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완벽한 안식처였다는 것을. 눅눅한 습기를 걷어낸 보송한 공기와 몸을 감싸는 포근한 침구, 그것만큼은 우리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창가에 기대어 11월의 서늘한 공기를 깊게 마시며, 내일은 또 어떤 낯선 길 위에서 기분 좋게 헤맬지 생각했다. 참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 14층 로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행의 설렘을 충전해 보세요.
- 록시땅 향기가 가득한 욕실에서 하루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