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밤, 허기를 부른 소나기
7월의 타이베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찜통 같았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열기가 발바닥을 간질였고, 습도는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숨을 쉴 때마다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땀에 젖은 티셔츠를 입은 채 중효둔화역 근처를 배회했다. 그러다 예고 없이 쏟아진 소나기는 무자비했다. 우산도 없이 빗줄기를 뚫고 달린 덕분에 신발 속까지 물이 찼지만, 우리는 그 눅눅함마저 여행의 일부라며 웃어넘겼다. 결국 빗줄기를 피해 들어간 편의점에서 짭조름한 닭강정과 정체 모를 대만식 간식,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캔맥주 몇 개를 샀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비닐봉투의 무게가 그날의 가장 소중한 전리품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젖은 몸을 이끌고 안식처인 Yi Pin Shang Lv로 돌아왔다.
캔맥주 거품 속에 섞인 진심들
"진심으로 묻는데, 이 미친 날씨에 걷기 여행을 하자는 생각은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침대에 짐을 내던지며 누군가 헛웃음을 섞어 뱉었다.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가 젖은 옷 사이로 스며들자 비로소 살 것 같았다. 우리는 바닥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편의점 봉투를 뜯었다. 방금 씻고 나온 친구의 몸에서는 록시땅 비누의 은은한 허브 향이 풍겼고, 욕실의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뽀얀 얼굴이 보였다.
"너도 좋다고 했잖아. 그 '모험'이라는 단어에 낚인 건 나뿐인 거야?"
"모험은 무슨. 그냥 길을 잃은 거지. 그나저나 이 닭강정, 겉은 눅눅해졌는데 속은 아직 촉촉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우리는 캔맥주를 부딪쳤다. '깡' 하는 경쾌한 금속음이 좁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창밖으로는 Yi Pin Shang Lv의 객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타이베이 101 빌딩의 윗부분이 보였다. 구름이 살짝 걸쳐 있어 꼭 거대한 은색 연필이 밤하늘을 찌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 와이파이가 느리다며 투덜거렸지만, 사실 아무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튀김의 기름진 냄새와 서로의 엉망진창인 몰골이 훨씬 흥미로웠으니까.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멍청했던 결정들에 대해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1위는 역시 '우산 없이 나가기'였다. 서로를 비웃으며 들이킨 맥주가 목줄기를 타고 시원하게 내려갔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이 바닥나고 소란스러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낮은 기계음 같은 에어컨 소음만이 정적을 채웠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봤다. 굳이 내일을 위해 힘내자고, 혹은 더 멋진 곳에 가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내일도 덥겠지, 또 비가 오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이렇게 시원한 방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뒹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안락함이 솜이불처럼 몸을 감쌌다. 13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타이베이의 밤거리는 자동차 불빛들이 붉고 노란 강물처럼 유려하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 거대한 도시의 흐름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곳에 기분 좋게 고립되어 있었다. 외로움과는 전혀 다른, 아주 쾌적하고 밀도 높은 종류의 단절이었다. 눈을 감자 록시땅의 잔향과 서늘한 공기가 섞여 들어왔다.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이 멍청한 짓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완벽한 밤이었다.
현관 한구석에서 젖은 운동화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말라가고 있었다.
- 편의점의 짭조름한 염지 닭강정과 차가운 타이완 맥주 조합
- 101 빌딩이 보이는 창가에서 즐기는 달콤한 버블티와 망고 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