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타이중은 망막에 하얀 잔상이 남을 만큼 강렬하고 무자비한 빛의 도시였다. 고메 습지의 나무 데크를 걸을 때 발끝으로 전해지던 끈적한 지열과 습기를 가득 머금어 무겁게 고요해지은 공기는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눅눅하게 적셨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밖을 헤매다 Tai Zhong Zhong Xin Jin Yu Jin Xiang Jiu Dian 로비에 들어선 순간, 피부를 감싸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비로소 잃어버렸던 현실감을 되찾아주었다. 우아한 분위기의 객실 문을 열자 은은한 원목 향기가 마음을 진정시켰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넓고 쾌적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정적이 흐르던 방 안에 누군가 아주 작게 배고프다고 중얼거렸다. 그 나지막한 속삭임은 신호탄이 되어, 우리는 홀린 듯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야식거리를 한가득 품에 안고 돌아왔다.
눅눅한 튀김과 바삭한 진심들
"야, 아까 그 열기구 카니발 말이야. 누가 먼저 지치나 내기했는데 결국 셋 다 동시에 뻗었잖아. 진짜 꼴불견이었다니까."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비닐봉지에서 닭강정과 차가운 캔맥주가 쏟아져 나왔다. 캔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하얀 시트 위로 툭툭 떨어졌지만, 누구 하나 수건을 찾으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 나른한 방임이 오히려 달콤했다. 칙, 하고 경쾌하게 캔을 따는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나저나 아침에 먹은 뷔페 기억나? 알레르기 표시까지 세심하게 해둔 거 보고 좀 놀랐어. 그런 작은 배려가 은근히 사람 마음을 건드리더라고."
"넌 그런 거나 보고 있었냐? 난 루프탑 수영장에서 물속에 잠겨 있을 때, 세상에 나만 남은 것 같아서 정말 좋았는데. 물론 네가 내 얼굴에 물을 튀기기 전까지는 말이야."
우리는 서로의 멍청했던 선택들을 안주 삼아 씹어댔다. 7월의 습한 공기를 뚫고 고메 습지까지 갔다가 정작 풍경보다 서로의 땀 냄새에 더 집중했던 일, 길을 잘못 들어 마주친 이름 모를 가게의 튀김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이야기들. 닭강정의 튀김옷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 눅눅해졌지만, 에어컨 바람이 적당히 섞인 방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오히려 더 쫀득하게 서로에게 달라붙었다. 특별한 결론이 없는 대화였지만, 그냥 좋았고, 충분했다는 말들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놀리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쓸모없지만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란이 지나간 자리의 투명한 정적
접시가 비워지고 캔맥주가 바닥나자, 방 안에는 에어컨의 일정한 기계음과 간간이 들려오는 복도의 발소리만 남았다. 낮 동안 눈을 괴롭혔던 그 하얀 햇빛의 잔상이 천천히 옅어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다. 억지로 대화를 이어갈 필요 없는, 아주 편안하고 투명한 침묵이 찾아왔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에 잠기는 시간. 7월의 타이중은 여전히 밖에서 소나기를 뿌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방 안은 고요했고, 적당히 서늘했으며, 포근했다. 푹신한 매트리스의 감촉이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었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차올랐다.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을 그대로 누리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흐릿하게 번지는 타이중의 밤풍경이 다정했다.
- 편의점에서 파는 대만식 밀크티와 짭조름한 팝콘의 단짠 조합을 추천한다.
- 루프탑 수영장에서의 수영 후, 시원한 망고 빙수로 열기를 식혀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