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뻔했다. 지도를 읽을 줄 안다고 호언장담하던 녀석이 앞장섰고, 우리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12월의 타이중 공기는 생각보다 건조했다. 피부에 닿는 바람은 서늘했지만, 정면에서 내리쬐는 겨울 햇살은 적당히 미지근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이 길이 맞긴 한 거야?" 누군가는 계속해서 투덜거렸고, 누군가는 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멍하니 걷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를 구르는 캐리어 바퀴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리듬감 있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서로의 짐 가방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이 상황이 꽤나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사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함께 걷고 있었고, 우리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74번 고속도로의 소음이 멀리서 웅웅거리며 들려왔고, 우리는 그 소음의 방향을 반대로 잡은 채 계속해서 걸었다.
잘못 든 골목에서 만난 뜻밖의 풍경
결국 우리는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타이핑구의 낯선 골목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당신은 믿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그 엉뚱한 경로 덕분에 이름 모를 작은 가게의 빛바랜 간판과 햇살 아래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 지도라는 이름의 가느다란 줄을 잡고 서로 끌어당기는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줄이 툭 끊어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끊어진 지점에서부터 여행이 진짜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계획대로였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낡은 담벼락 틈새에 핀 작은 들꽃이나 무심하게 세워진 낡은 자전거 같은 것들. 우리는 서로를 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이 맞았지?"라고 말하는 녀석의 얼굴에는 승리감보다는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며 12월의 건조한 흙냄새와 어디선가 희미하게 풍겨오는 차 향기를 맡았다.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이 우리 사이의 공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으니까.
마침내 도착한 곳, 누워있는 것이 목적이었던 방
He T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커피 향과 차분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였다. 문학부터 잡지까지, 무질서하게 꽂힌 책들의 등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고요해졌다. 로비의 힙한 분위기에 취해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우리는 체크인을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한 일은 누가 먼저 침대에 눕느냐는 무언의 경쟁이었다. 툭, 하고 몸을 던진 침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어떤 이들은 딱딱하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지친 등허리를 정직하게 받쳐주는 적당한 지지력이었다.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던져두고 그대로 몸을 눕히자,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았다.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으니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 기분이 들었다.
샤워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쏟아지는 수압이 강했다. 피부에 닿는 물줄기가 세밀하고 따뜻해서,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뻣뻣해진 근육들이 천천히 풀리는 게 느껴졌다. 호텔 내 카페에서 마신 진한 커피 한 잔과 로비에서 빌린 피에스파이브 게임기로 보낸 시간은 완벽한 휴식 그 자체였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마주한 밀크피쉬 죽은 적당히 뜨거웠고, 닭고기 덮밥의 간은 과하지 않아 입맛을 돋웠다. 친구들과 함께 죽 한 그릇을 비워내며 우리는 다음 행선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아무도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냥 여기 계속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했을 뿐이다. 12월의 타이중, He Ti Jiu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느릿하고 건조하게, 하지만 충분히 따뜻하게 흘러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 한 그릇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 로비의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잠시 읽어볼 것
- 조식으로 제공되는 밀크피쉬 죽과 닭고기 덮밥을 꼭 맛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