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여행의 시작과 동시에 유치한 내기를 하나 걸었다. 누가 먼저 길을 잘못 찾는지, 그 멍청한 실수를 누가 먼저 저지르는가에 대한 내기였다.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지도를 든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확신에 찬 표정으로 우리를 완전히 틀린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3월의 타이중은 기온이 20도 안팎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미지근함이 열린 차창 너머로 밀려 들어왔고, 타이어가 도로를 긁는 단조로운 소음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74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어설픔을 비웃으며 끊임없이 티격태격했다. 누군가는 지루함에 졸고 있었고, 누군가는 창문에 머리를 툭 박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서로를 놀려대며 낄낄거리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가 원했던 여행의 본질이었다. 효율이나 정답 같은 건 집어치우고, 그저 삶이 굴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합의한 이번 여행의 유일한 규칙이었다.
소란한 거리 끝에서 마주한 뜻밖의 금빛 조각
타평구로 접어들자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228 연휴와 마조 순례 행렬이 겹친 거리에는 묘한 활기와 소란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진한 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길가에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수줍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인파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잠시 정처 없이 걸었다. 누군가는 이 무질서한 소음이 정신없다며 투덜댔지만, 나는 오히려 그 불협화음이 정겹게 느껴졌다. 잘 닦인 관광지의 매끄러움보다, 정돈되지 않은 일상의 소음이 훨씬 더 정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길가 작은 가게에서 파는 이름 모를 간식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혀끝에 닿는 달콤하고 끈적한 질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우리는 그것을 천천히 씹으며 계획에도 없던 좁은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그 덕분에 우리는 3월의 나른한 햇살이 낡은 벽면을 타고 어떻게 흘러내리는지 가만히 관찰할 수 있었다. 빛의 각도가 낮아지며 세상이 온통 꿀색으로 물들어가던 그 찰나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정말로 여행 중임을 깨달았다.
종이 냄새와 온기, 그리고 우리만의 아지트 He Ti Jiu Dian
마침내 도착한 He T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서가였다. '습본서당'이라 불리는 그 공간에는 오래된 책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굳이 책을 꺼내 읽지 않았다. 그저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퍼진 특유의 마른 종이 냄새와 그 속에 깃든 정적을 호흡했을 뿐이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안락함이란 이런 것일까. 읽지 않아도 그곳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다. 각자 방을 배정받고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다이빙했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구의 서늘하고 쾌적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매트리스는 생각보다 단단했지만, 오히려 그 견고함이 지친 등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기분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짐을 대충 던져놓고 바닥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는 일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다.
저녁에는 호텔에서 PS5를 빌려 작은 전쟁을 시작했다. 컨트롤러의 미세한 진동이 손끝을 타고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게임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푸르스름한 화면의 빛에 의지해 함께 멍청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그 시간이 소중했을 뿐이다. 24시간 룸서비스 덕분에 밤늦게 주문한 야식은 적당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나눠 먹으며 내일의 게으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내 전통 레스토랑의 조식 뷔페에서 만난 밀크피쉬 죽은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뽀얀 죽 위에 올라간 고소한 생선 살과 적당한 염분이 어우러져,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몸속의 냉기가 눈 녹듯 사라졌다. 짭조름한 소스가 밥알 하나하나에 코팅된 치킨 라이스와 지나치게 달콤해 잠을 확 깨우는 진주 선밀크티까지. 배가 부르자 마음은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어제 길을 잘못 찾게 만든 친구의 얼굴이 더 이상 밉지 않았다. He Ti Jiu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맛있는 음식과 적당한 소란함, 그리고 깊은 휴식으로 채워졌다.
창가에 걸린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다.
- 로비의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꺼내 10분만 읽어보세요. 뜻밖의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 조식의 밀크피쉬 죽은 필수입니다. 지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최고의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