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누워 있어도 괜찮을까?"
"그냥 누워 있어도 괜찮을까?" 그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창밖으로는 신베이의 눅눅한 여름비가 유리창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시선을 창밖의 회색빛 풍경에 둔 채 짧게 답했다. "응. 왜 안 돼." 방 안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자, 팽팽했던 긴장이 느슨하게 풀렸다. 우리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아니, 계획이 없다는 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하고도 완벽한 계획이었다.
무용한 시간들이 쌓이는 푸른 밤의 안식
Two Tails Hotel의 객실 벽면을 채운 정교한 일러스트는 마치 우리가 현실과는 조금 떨어진 다른 차원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묵은 방은 깊은 밤하늘과 쏟아지는 별을 담은 테마였는데, 천장 근처의 짙은 푸른색은 깨어나는 법을 잊어버린 깊은 꿈처럼 아늑하고 고요했다. 손끝으로 벽지를 천천히 쓸어내리자 매끄럽고 서늘한 촉감이 전해졌고, 그 푸른 빛은 방 안의 은은한 조명과 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그 벽면의 그림을 이정표 삼아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6월의 신베이는 숨이 막힐 듯 습했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우산을 펴는 번거로움 없이 로비까지 닿을 수 있었다. 젖지 않고 이동한다는 안도감은 낯선 도시에서의 피로를 절반으로 덜어주었다. 로비에서 받아 든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서늘한 단맛이 혀끝에 닿는 순간, 피부를 짓누르던 도시의 열기는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아이스크림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속도에 맞춰 우리 사이의 침묵도 조금씩 유연해졌고,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고요가 방 안을 채웠다.
아침이 되면 복도에는 짭조름한 두유와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낮게 깔렸다.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즐기며, 현대적인 감각의 객실 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전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특히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풍경은, 우리가 머무는 이 작은 방이 거대한 도시의 품속에 안전하게 안겨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정갈한 분위기는 마음의 소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빳빳하게 세탁된 하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피부에 닿을 때,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휴식 속에 잠겼다. 에어컨의 낮은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Two Tails Hotel의 방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이는 행복을 만끽했다. 밖은 여전히 뜨겁고 소란스러웠지만, 이 푸른 방 안에서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젖은 거리를 걷는 대신 시원한 방 안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선택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내린 가장 합리적이고도 낭만적인 결정이었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의 흔적 위로 푸른 별빛이 내려앉았다.
- 나가기 전에 로비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씩 나눠 먹을까?
- 비가 오면 서두르지 말고 연결된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