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무거운 회색 커튼이 내려앉은 듯 비가 쏟아졌다. 6월의 신베이는 온통 눅눅한 습기로 가득했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습도는 79퍼센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숨을 쉴 때마다 눅눅한 물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그런 계절이었다.
우리를 맞이한 Xing Fu Zan Jing Pin Fan Dian의 로비는 압도적이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정작 마음을 편안하게 한 것은 객실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시트와 정갈한 바닥, 그리고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어 쾌적함을 더한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첫째는 들어서자마자 창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저 빙긋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아이의 고집을 들어주는 것이 이 여행에서 가장 빠르게 평화를 찾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짐을 풀기도 전에 침대로 몸을 던졌다. 12평 남짓한 공간의 중심을 차지한 시몬스 매트리스는 가족 모두가 뒹굴어도 서로의 팔이 닿지 않을 만큼 넉넉했다. 우리는 그 거대한 하얀 평원 위에서 각자의 섬이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게 진짜 여행이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그 헐렁함이 주는 안도감이 우리 가족의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내고 있었다.
창밖에는 다시 거센 비가 쏟아졌지만, 방 안은 완벽한 도피처였다.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일정한 리듬의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우리는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여행의 목적이 그저 '누워 있는 것'이었다면, Xing Fu Zan Jing Pin Fan Dian은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였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직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그 무용함이 주는 지독한 즐거움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우리 가족이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시몬스 매트리스. 몸이 깊게 파묻히는 푹신한 구름의 감각. 아이들이 다이빙하듯 몸을 던질 때마다 전해지는 가벼운 반동과 끝없는 안도감. 막내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는 여기서 계속 살겠다고 소리쳤다.
볶은 양배추. 아침 뷔페 식당을 가득 채운 고소한 기름 냄새. 아삭거리는 식감 뒤에 오는 짭조름한 풍미가 잠든 입맛을 깨웠다. 화려한 요리들 사이에서 가장 소박한 이 채소 볶음을 첫째가 발견해 내 접시에 수북이 담아주었다.
무료 세탁기.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세탁기의 낮은 진동. 젖은 옷들이 뜨거운 바람에 말라가며 내뿜는 포근한 비누 향과 소소한 해방감. 아내가 세탁기 앞에 멍하니 서서 돌아가는 빨래를 관찰하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욕조의 거품. 뜨거운 김이 서려 거울이 하얗게 변한 욕실. 피부에 닿는 미끈하고 따뜻한 물의 촉감과 몽글몽글한 거품의 포근함. 둘째가 하얀 거품을 턱밑까지 끌어올려 수염처럼 붙이며 낄낄거렸다.
여름 음악제 리플릿. 습기를 머금어 약간 눅눅해진 종이의 질감. 잉크 냄새와 함께 다가온 낯선 도시의 설렘과 6월의 약속. 내가 무심코 집어 들었을 때, 아이들이 내 옷자락을 당기며 같이 가자고 졸랐다.
젖은 운동화가 어느새 보송하게 말라 있었다.
- 6월의 비를 피해 호텔 내 중식당에서 대만식 소갈비 찜의 진한 풍미를 천천히 음미해 보길 권한다.
- 행복역에서 내려 걷는 5분 동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여름 꽃들의 색채를 관찰하며 느리게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