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다 눅눅한 습기가 차오르던 4월의 어느 날. 우리는 누가 더 늦게 도착하는지 유치한 내기를 했다. 결과는 전원 패배. Xing Fu Zan Jing Pin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압도적인 층고가 우리를 내려다봤다. 마치 지역 유지의 저택에 초대받은 불청객이 된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눈치만 보며 조심스레 발을 뗐다.
1층 중식당에서 마주한 볶은 양배추는 정직했다. 고온의 웍에서 빠르게 볶아져 나온 아삭함이 혀끝을 자극했고, 진한 간장색의 루단은 짭조름한 풍미로 입안을 채웠다.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만이 식탁 위를 채웠고, 4월의 나른한 공기가 소스처럼 우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여기 분위기, 우리랑 너무 안 어울리는 거 아냐?" 친구가 낮게 속삭였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골동품 그림들은 화려함과 투박함이 묘하게 섞여 기묘한 위압감을 줬다. 우리는 발치에 놓인 때 묻은 배낭들을 내려다보며 동시에 킥킥거렸다. 이 이질감이 오히려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복도 끝에서 발견한 무료 세탁기는 가뭄의 단비 같았다. 동전 하나 필요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작은 환호성을 질렀다. 땀과 먼지에 찌든 옷가지들을 밀어 넣자, 기계가 돌아가는 낮은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세탁기가 회전하는 리듬에 맞춰 멍하니 서 있던 시간, 그것은 여행 중 느낀 가장 무용한 성취감이었다.
실내 온도는 22도, 공기는 적당히 눅눅했다. 시몬스 매트리스는 지친 몸을 포근하게 받아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낙엽처럼 침대에 널브러졌다. 천장의 은은한 조명이 눈꺼풀 위로 내려앉았다. 한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그 어떤 대화보다 안온했다.
Xing Fu Zan Jing Pin Fan Dian의 객실은 12평 남짓으로 넉넉했다. 특히 욕조와 샤워실, 화장실이 분리된 구조 덕분에 동선이 꼬이지 않아 쾌적했다. 바닥에는 캐리어들이 지도처럼 펼쳐졌고, 옷가지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졌다. 서로의 발가락을 밟지 않고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거리, 그 적당한 물리적 거리감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이 좋았다.
갑작스레 창밖으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투명했던 풍경이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번졌고, 사원로의 소란스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도 빗소리에 묻혀 멀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외출 계획을 지워버렸다. 눅눅한 바깥세상보다, 작은 냉장고 속 무료 과자를 나눠 먹으며 머무는 이 공간이 훨씬 완벽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침대는 넓었고, 양배추는 아삭했으며, 4월의 습기는 창문에 몽글몽글 맺혔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쉴 곳이 있다는 안도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이곳의 공기를 마시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빗줄기를 따라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세탁 건조된 수건의 뽀송한 온기가 손끝에 남았다.
- 1층 식당의 아삭한 볶은 양배추는 꼭 맛봐야 해.
- 무료 세탁기로 짐 무게를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