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상치 못한 다섯 가지 순간들
무지갯빛 외벽의 도박. Fu Rong Da Fan Dian의 외관은 항구에 정박한 거대한 크루즈선 그 자체다. 차가운 11월의 밤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색을 바꾸는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우리는 다음 색깔을 맞히는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다. 결국 아무도 맞히지 못해 낄낄거리며 십 분이나 더 서 있었지만, 그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우며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어른들의 텐트 생활. 캠핑 테마 룸을 예약한 것은 이번 여행의 가장 엉뚱한 신의 한 수였다. 거친 캔버스 천의 촉감이 손끝에 닿는 방 한가운데 텐트 속에 몸을 구겨 넣자, "여기 진짜 텐트 맞지?"라는 엉뚱한 질문과 함께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120인치 대형 스크린의 은은한 빛에 의지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우리는, 얇은 천 조각 하나를 경계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에 들어온 아이들처럼 굴었다.
송엽게 다리 쟁탈전. 티엔위안 서양식 레스토랑의 뷔페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터였다. 버터 향 가득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송엽게 다리를 두고 벌인 경쟁은 흡사 성벽을 쌓는 공성전 같았고, 접시가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가 식탁 위를 가득 채웠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짭조름한 바다의 풍미와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비웃는 장난스러운 표정이 섞여 식사는 금세 축제로 변했다.
지도 없는 단강대교 산책.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섞인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누군가 지도를 보자고 했지만 우리는 그냥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걸었고, 빛바랜 건물들 사이로 낮게 깔린 오후의 금빛 햇살이 우리의 발걸음을 포근하게 감쌌다. 목적지 없이 걷는 행위 자체가 주는 해방감 속에서, 함께 길을 잃어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잘못 든 길조차 여행의 완벽한 일부가 되었다.
발코니의 침묵. 객실 발코니에 나란히 서서 수평선 너머로 타오르던 붉은 노을이 서서히 보랏빛으로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을 지켜보았다. 평소라면 쉴 새 없이 떠들었을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고,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속에서도 서로의 어깨에서 전해지는 온기 덕분에 마음만은 아늑했다. 억지로 감동을 짜낼 필요 없이, 그저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꽤 근사한 저녁이었다.
이 순간들이 모여 만든 것들
사소하고 무용한 조각들이 모여 여행이라는 형태가 된다. Fu Rong Da Fan Dian이라는 거대한 정박선 위에서 우리는 일상의 속도를 늦췄다. 복도의 은은한 향기와 푹신한 침구, 창밖의 야경이 켜켜이 쌓여 마음의 빈틈을 채웠다.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미지근하고 다정한 시간들이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낮게 깔리는 밤이었다.
- 성인이더라도 캠핑 룸의 텐트 속에 들어가 영화를 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 해 질 녘에 단강대교까지 천천히 걸으며 11월의 바람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