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멀미할지 내기했다. 거대한 크루즈선이 육지에 내려앉은 듯한 Fu Rong Da Fan Dian의 외관은 압도적이었다.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시야를 찔렀고, 배는 멈춰 있는데 보고 있으면 왠지 몸이 일렁이는 기분이 들었다. 4월의 공기는 적당히 눅눅했고, 짭조름한 강바람이 뺨을 가볍게 쳤다.
아카디아 뷔페의 열기는 뜨거웠다. 접시들이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 사이로 송엽게 다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딱딱한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 끝에 만난 속살은 정직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탱글한 식감과 바다의 진한 풍미. '치유' 같은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배가 터질 때까지 밀어 넣었다. 그게 우리 사이의 유일하고 완벽한 합의점이었다.
캠핑 테마 룸에 들어서자마자 좁은 텐트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한 녀석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툭 던졌다. "돈 내고 호텔 왔는데 왜 텐트에서 자냐." 내가 답했다. "그게 포인트지." 푹신한 침대 대신 바스락거리는 텐트 천의 촉감을 선택하는 것. 무용한 짓이 주는 묘한 쾌감이 방 안의 노란 조명 아래서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벽면을 가득 채운 120인치 대형 스크린이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냈다. 영화 한 편을 고르는 데 무려 두 시간을 썼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화면 보호기만 멍하니 바라봤다. 서로의 취향이 이토록 평행선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우리 관계의 요약본 같아서 결국 다 같이 웃음이 터졌다.
발코니로 나서자 담수강의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이 진한 오렌지색에서 보랏빛으로 천천히 물들어갔다. "아름답다"는 말은 쑥스러워 혀끝에서 삼켰다. 그냥 셋이서 나란히 서서 강물을 바라봤다. 4월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트렸고, 차가운 난간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그것으로 충분한 풍경이었다.
복도의 두꺼운 카펫은 발소리를 집어삼켰다. 정적 속에서 멀리 관경탑 쪽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방 안의 고요함과 밖의 소란함. 그 극명한 간극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락함이 Fu Rong Da Fan Dian의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부두로 산책 나갔다가 옷이 전부 젖어버렸다. "진짜 캠핑 온 기분이네"라고 누군가 비꼬았지만, 우리는 그냥 젖은 채로 걸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비릿한 짠내가 올라왔고, 피부에 닿는 빗방울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젖었다고 해서 여행이 망가지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해방감이 느껴졌다.
체크아웃 시간, 짐 가방이 올 때보다 묵직해졌다. 기념품 때문이 아니라 뷔페에서 먹은 것들이 전부 살로 간 것 같았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다. 그냥 여기 있었고, 함께였으니까 좋았다. 다시 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것으로 됐다.
파란 배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 아카디아 뷔페 송엽게 다리는 꼭 먹어봐. 배 터질 준비 하고.
- 캠핑 룸 텐트 안에서 멍 때리기. 이게 진짜 휴식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