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을 예약할지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혹은 어느 눅눅한 오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당신에게. 여행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거창한 모험이라기보다, 그저 그곳에 가보니 좋았다는 사실을 가만히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대단한 사건으로 하루를 채우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정박한 푸른 유람선 위에서 마주한 찰나의 평온
Fu Rong Da Fan Dian의 외관은 마치 거대한 유람선이 단수이 강변에 잠시 닻을 내린 듯한 모습입니다. 흰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대비가 시선을 끌고,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켜져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보석처럼 빛나죠. 특히 높은 관경탑에서 내려다보는 단수이의 전경은 이곳이 왜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지 단번에 깨닫게 해줍니다. 5월의 신북시는 공기가 무거웠습니다. 피부에 닿는 습도는 끈적였고, 우산 끝에서는 끊임없이 물방울이 툭툭 떨어지며 발등을 적셨습니다. 하지만 호텔 로비를 지나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눅눅함은 사라지고 쾌적하고 서늘한 공기가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우리가 묵은 캠핑 테마 룸은 도심 속에서 느끼는 묘한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텐트의 서걱거리는 천 촉감을 느끼며 그 안에 몸을 밀어 넣었을 때, "진짜 캠핑 온 것 같지 않아?"라는 낮은 속삭임이 오갔죠. 120인치 대형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이 하얀 벽면을 천천히 훑고 지나가는 풍경은 마치 우리만의 작은 비밀 영화관 같았습니다. 캠핑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었습니다.
저녁에는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송엽게 요리를 즐겼습니다. 껍질을 조심스럽게 발라내어 입에 넣은 살의 달큼한 바다 향과 스테이크의 진한 육즙, 그리고 차가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온도 차이가 입안에서 리드미컬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식기들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와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 그리고 창밖으로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단수이의 바다. 과장할 것 없이, 그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텐트 속에서 나눈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대화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5월의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고, 우리는 그저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테라스로 나가면 눅눅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다시 Fu Rong Da Fan Dian의 포근한 침구 속에 몸을 파묻으면 그 서늘함조차 아늑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머물 때마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채 오직 우리 둘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텐트 속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눈 대화는 "내일은 뭘 먹을까" 혹은 "여기 물 온도가 딱 좋다"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거창한 약속이나 미래에 대한 설계는 필요 없었죠. 지금 이 순간, 젖지 않은 뽀송뽀송한 상태로 당신과 함께 있다는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단수이의 일몰은 유명하지만, 우리는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구름 사이로 잠깐씩 비치는 빛줄기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누군가는 이 시간을 지루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이 침묵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우리는 서로의 박자에 맞춰 천천히 호흡했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는 시간, 그 무용함이야말로 이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텐트 속에 누워 빗소리를 듣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니까요.
비 냄새 섞인 바닷바람, 그리고 당신과 나.
- 해 질 녘 어인마두 산책로를 따라 느릿하게 걷기
- 호텔 내 스파와 사우나에서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