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한 배 위에서 마주한 서로 다른 풍경
거대한 선체가 육지에 정박한 듯한 기묘한 풍경이었다. 10월의 정오, 눈이 시릴 만큼 하얗게 빛나는 Fu Rong Da Fan Dian의 외벽은 매끄러운 도자기 같았고, 그 위로 부서지는 햇살은 날카로운 파편처럼 반짝였다. 방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침대 곁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텐트. 실내와 캠핑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주는 생경함에 잠시 숨을 멈췄다. 120인치 대형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방 안의 공기를 차갑게 물들이고 있었고, 그 빛은 마치 심해의 어느 지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방 안에 텐트라니, 꽤나 과감한 시도인데." 혼잣말을 내뱉으며 텐트의 천을 만져보았다. 생각보다 빳빳하고 서늘한 감촉이 손끝을 자극했다. 그 안에 놓인 캠핑 의자는 몸을 깊숙이 파묻기에 최적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었고, 그곳에 앉아 창밖을 보니 세상의 소음이 일순간 소거되는 기분이 들었다. 계획 없이 찾아든 이 정박한 안식처의 색감은, 바다를 품은 채 멈춰 선 배의 내부처럼 아늑하고도 낯설었다.
카펫 위를 구르는 캐리어 바퀴의 낮은 진동이 발끝을 타고 전해졌다. 10월의 공기는 눅눅함을 털어내고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었다. 얇은 가디건 소매 끝으로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게 서늘해,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되는 오후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친 것은 갓 세탁한 시트에서 나는 은은한 세제 향과 포근한 실내 온도였다. 텐트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발바닥에 닿는 매트의 푹신함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해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구석에 놓인 작은 장난감들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어인마두의 고요한 풍경을 응시했다. 정지 화면처럼 멈춰버린 세상. 바스락거리는 침대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없이 그 부드러움 속에 몸을 뉘었다. 충분하고도 완벽한 고요였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단 하나의 온도
가든 웨스턴 레스토랑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접시 위 송엽게 다리 살의 뽀얗고 투명한 빛깔, 그리고 혀끝에 닿는 선명한 단맛과 짭조름한 소스의 조화는 우리 모두의 기억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식사 후 호텔의 관경탑에서 내려다본 밤바다의 일렁임과 따뜻한 사우나의 온기가 몸을 감쌌고, 어인마두 산책로를 걷는 동안 하늘은 주황색에서 진한 보라색으로 천천히 옷을 갈아입었다. 바람에 실려 온 짠 내음과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이 섞여 들던 그 찰나의 공기.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감각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는 나란히 서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빛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시계가 멈춘 것만 같았다.
텐트 속에서 서로의 고른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 가든 웨스턴 레스토랑에서 송엽게 요리를 맛보며 바다의 풍미를 느낄 것
- 해 질 녘 어인마두 산책로를 걸으며 보랏빛으로 물드는 수평선을 감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