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방 안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달렸다. 발끝에 닿는 카펫의 감촉이 묵직하고 두툼했다. 발가락 사이사이로 보드라운 섬유가 푹푹 파묻히는 느낌.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엄마, 여기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라고 외쳤다. Ban Qiao Kai Sa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널찍했다. 창밖의 눅눅한 빗줄기를 잊은 채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아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거리. 그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도감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의 공기는 끈적였다. 습도 80퍼센트의 대기는 피부에 달라붙는 젖은 수건처럼 무거웠다. 가방을 바닥에 툭 내려놓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함이 등줄기를 타고 전해졌다. 5월의 열기를 단숨에 밀어내는 그 차가운 촉감에 절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10분 동안,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대로 있고 싶었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이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을 쉬는 것.
32층, 공중 정원 같은 인피니티 풀에 들어서자 찰랑이는 물소리가 귓가를 적셨다. 수평선과 맞닿은 물결이 리듬감 있게 일렁였고, 멀리서 아이들의 비명 섞인 웃음소리가 파편처럼 흩어졌다. 루프탑 바에서는 칵테일 쉐이커가 달그락거리며 얼음을 깨우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소란스러웠지만, 그것은 오히려 평화로운 종류의 소음이었다.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경적 소리는 아주 먼 곳의 이야기처럼 희미하게 들려왔다.
저녁 식사 시간, 딤섬 찜기에서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투명한 피 속에 분홍빛 새우가 비치는 하가우를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집어 올리니, 탱글탱글한 탄력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입안에 넣는 순간, 과하지 않은 짭조름함과 담백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퍼졌다. 아이들은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씹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혀끝에 남은 온기가 다정한 대화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배부른 식사였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5월의 메이위, 끈질긴 장마의 시작이었다. 창문에 맺힌 물방울들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반차오 시내의 네온사인들은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몽환적으로 흩어졌다. 방 안의 조명을 낮추자, 가구들의 그림자가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창밖을 응시했다. 젖은 도시의 풍경은 차갑기보다 오히려 포근했다. 외부와 단절된 이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이 우리를 감싸 안았다.
뽀얀 호텔 가운 한 벌. 첫째에게는 너무 커서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다. 아이는 그것을 망토처럼 어깨에 두르고 복도를 위풍당당하게 누볐다. "나는 이제 무적의 슈퍼히어로야!"라고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가운의 두툼하고 부드러운 면직물이 아이의 작은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러다 발끝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우리는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Ban Qiao Kai Sa Da Fan Dian의 정갈한 하얀색이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로 알록달록하게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조명을 더 낮게 조절했다.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분명 같은 공기 속에 있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욕실에서 젖은 옷가지가 서서히 마르며 내는 특유의 눅눅하고 포근한 냄새가 났다. 누구 하나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방 안을 채운 침묵은 그 어떤 고백보다 무거웠고 따뜻했다. 굳이 노력해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완결되는 밤이었다.
반쯤 닫힌 커튼 사이로 스며든 작은 스탠드 불빛.
- 호텔 근처 메가시티 지하의 딩타이펑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도 호불호 없이 잘 먹는다.
- 32층 야외 수영장은 해 질 녘에 방문하라.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찰나가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