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32층 야외 인피니티 풀의 따뜻한 물속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물고기가 나타났다고 했다. 놀라 살펴보니 제 작은 발가락이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1월의 매서운 북동풍이 귓가를 서늘하게 스치고 지나갔지만, 몸은 포근한 온수 속에 깊이 잠겨 있었다.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물이 맞닿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아이는 연신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천진난만한 몸짓이 우스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딱 적당했다.
객실 창가에 놓인 푹신한 데이베드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Ban Qiao Kai Sa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아이들이 거실 바닥에 장난감을 어지럽게 쏟아놓고 소란을 피워도, 나만의 작은 섬 같은 휴식 영역은 충분히 확보되었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반차오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풍경이었지만, 누군가 정성껏 펴놓은 하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이 안락함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아주 살짝 열자 도시의 생경한 소음들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바로 앞 반차오역에서 들려오는 전철의 낮은 진동음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완벽한 고요함보다는 이런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아이들은 저 소리가 대체 무슨 소리냐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그냥 도시가 깊게 숨을 쉬는 소리라고 답해주었다. 사실은 그저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었지만, 그 소리가 우리가 지금 낯선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
조식 식당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수 한 그릇을 받았다. 1월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서늘했지만, 뜨겁고 짭조름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아이는 국수 면발이 너무 길다며 젓가락과 한참을 씨름했다. 입가에 국물이 묻은 줄도 모르고 면을 후루룩 빨아올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세 곳의 레스토랑이 있다는 이곳의 화려한 메뉴들 사이에서, 가장 소박했던 그 뜨거운 국물 맛이 유독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오후 5시, 낮게 깔린 빛이 방 안으로 길게 스며들었다. 도시의 그림자가 서서히 짙어지며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 창밖의 건물들이 하나둘씩 노란 조명을 켜기 시작했다. 짙은 파란색과 타오르는 주황색이 묘하게 섞인 하늘이 반차오의 스카이라인에 걸려 있었다. 아이들은 빛의 움직임을 따라 작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풍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사이의 공기가 몽글몽글하게 따뜻해졌다.
아이들이 호텔 가운을 입었다. 제 몸보다 훨씬 큰 하얀 가운을 걸치고는 스스로를 무적의 슈퍼히어로라고 불렀다. 복도를 망토처럼 휘날리며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보드라운 하얀 천 조각 하나가 아이들에게는 거대한 무기가 되고, 하늘을 나는 날개가 된다. 나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무용한 것들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후, 방 안에는 비로소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쌕쌕거리는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첫째의 묵직하고 따뜻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짐을 챙기고, 아이들을 달래고, 낯선 길을 찾는 소란스러운 하루였지만, 결국 이 고요한 순간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 그 모든 수고를 견뎠을지도 모르겠다. Ban Qiao Kai Sa Da Fan Dian에서의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언젠가 꼭 다시 오기를 바랐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느린 호흡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 아이들과 함께라면 32층 인피니티 풀에서 가벼운 물놀이를 즐긴 후, 바로 객실로 돌아와 휴식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 반차오역과 매우 가까우니, 무거운 짐은 호텔에 맡기고 근처 린가화원을 가볍게 산책하며 여유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