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순간, 서로 다른 시선
방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바닥에 깔린 짙은 색의 카펫이었다. 발을 내디디자 발등까지 폭신하게 감싸는 감각이 느껴졌다.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11월의 오후 세 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비스듬한 각도로 바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빛의 경로를 따라 작은 먼지들이 느릿하게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침대는 하얀 섬처럼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고,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에서는 옅은 세제 냄새가 났다. 무거운 짐가방을 구석에 밀어 넣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매트리스의 적당한 탄성이 몸을 밀어 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반차오의 도심은 소음 하나 없이 정지된 화면처럼 고요했다. 그냥 여기 계속 누워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키가 맞물리며 들린 짧은 전자음이 정적을 깼다.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의 힘을 뺐다. 그 사람의 옷깃에 묻어 있던 11월의 서늘한 바깥 공기가 방 안의 온기와 섞이는 것이 느껴졌다. 짐을 내려놓는 소리, 가벼운 발소리, 그리고 낮게 읊조리는 "와, 넓다"라는 말. 나는 그 말보다 그 사람의 표정을 보았다. 긴장이 풀린 눈매와 살짝 올라간 입꼬리. 창가로 다가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 위로 오후의 햇살이 겹쳐졌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았다. 도시의 건물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풍경이 보였고, 우리는 그 풍경 속에 아주 작게 포함되어 있었다. 서로의 거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그런 묘한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함께 발견한 것
결국 우리 둘 다 기억하는 것은 32층의 공기였다. Ban Qiao Kai Sa Da Fan Dian의 옥상 인피니티 풀에 들어섰을 때, 피부에 닿은 공기는 꽤 쌀쌀했다. 하지만 몸을 담근 물은 기분 좋게 따뜻했다. 얼굴 위로는 차가운 11월의 바람이 스치고, 어깨 아래로는 포근한 온기가 감싸는 그 온도 차이가 꽤 선명했다.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을 때, 상대의 코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우리는 그 모습이 웃겨서 소리 없이 웃었다. 수평선 너머로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물결에 따라 그 빛들이 잘게 부서졌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물의 온도가 적당했고, 옆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으며, 멀리 보이는 야경이 꽤 괜찮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것은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완벽하게 합의한 순간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젖은 머리를 말리며 우리는 내일은 그냥 늦게까지 자자고 약속했다.
- 반차오 린가원(林家花園)의 고요한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 해 질 녘 32층 루프탑 바에서 도시의 색이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