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벽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캐릭터 그림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따라 그린다. "엄마, 이것 봐! 토끼가 춤추고 있어." 아이의 작은 손끝이 매끄러운 벽지에 닿을 때마다 툭, 툭 하고 가벼운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 옆에서 첫째는 그림 속 동물의 이름을 모두 맞히겠다며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고집을 피운다. 방 안은 쾌적한 냉기로 가득했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란함이 하얀 벽지에 부딪혀 부드럽게 흩어지는 모양이 꽤 다정하게 느껴졌다.
에어컨 온도는 정확히 24도. 문밖의 가오슝은 8월의 열기를 머금은 거대한 찜통처럼 끈적이는 습기가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Gao Xiong Dou Hui Shang Lv의 객실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지자, 묵직한 매트리스가 내 몸의 곡선을 따라 포근하게 고요해졌다.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어 있던 옷가지들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며 서서히 식어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정적과 서늘함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로비의 24시간 스낵바에서는 팝콘이 튀겨지는 리듬감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톡, 토톡. 아이들은 투명한 용기 속에 섞여 있는 빨간색과 초록색 젤리 중 어떤 것을 집을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냉장고가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이 고요한 복도에 잔잔하게 깔렸다. 그 일상적인 소음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고, 아이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그 위에 겹쳐졌다.
조식 뷔페에 들어서자 갓 볶아낸 커피의 진한 향기가 코끝을 먼저 간질였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온기와 열대 과일의 달콤한 내음이 공기 중에서 기분 좋게 섞여 있었다. 둘째는 접시에 알록달록한 과일을 수북이 담았고, 첫째는 오믈렛의 보들보들한 질감을 음미하며 천천히 씹었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파인애플의 강렬한 과즙이 잠들어 있던 미각을 깨웠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씹을수록 선명해지는 맛들이 여행의 아침을 깨워주었다.
오후 4시의 나른한 빛이 창틈을 타고 길게 스며들었다. 8월의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무거운 빗줄기를 쏟아낼 듯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방 안의 그림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느릿하게 움직였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경계 지점에서 아이들은 어느새 깊은 낮잠에 빠져 있었다. 규칙적으로 내뱉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더욱 느릿하고 평온하게 만들었다.
느닷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옷이 흠뻑 젖은 채 로비로 뛰어 들어왔다. 당황한 우리를 본 직원이 말없이 깨끗한 수건 한 장을 건넸다. 수건에서는 갓 세탁한 옷에서 나는 보송보송한 세제 냄새가 났다.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낼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거창한 환대는 아니었지만, 그 작은 수건 한 장에 담긴 배려가 마음속에 다정하게 내려앉았다.
하루의 끝, 우리 가족 모두가 Gao Xiong Dou Hui Shang Lv의 넓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에어컨의 규칙적인 바람 소리가 빈 공간을 채웠다. 옆 사람의 온기가 살짝 느껴지는 거리. 창밖으로는 여전히 가오슝의 분주한 소음이 들려왔지만, 이 방만큼은 세상과 분리된 우리만의 작은 섬 같았다. 그저 함께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더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상태였다.
낮게 깔린 구름 아래,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었다.
- 지하철 시의회역 1번 출구에서 천천히 걸어오며 가오슝 거리의 낯선 공기를 느껴보세요.
- 24시간 스낵바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젤리를 골라보며 소소한 행복을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