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조명 아래 흩어지는 고소한 소음
팝콘. 로비의 공기를 눅눅하고 달콤하게 채우는 진한 버터 향, Gao Xiong Dou Hui Shang Lv의 이십사 시간 스낵바 한구석에서 기계가 내는 낮은 웅웅거림.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한 옥수수 알갱이들이 하얀 꽃처럼 팡팡 터져 나오는 시각적 리듬. 손끝에 닿는 종이컵의 거칠고 건조한 질감과 그 안에 담긴 노란 알갱이들의 가벼운 무게감. 입안에서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소리는 정적을 적당히 메워주는 다정한 소음이었다.
게으름이라는 이름의 가장 완벽한 계획
"리우허 야시장이 여기서 걸어서 금방이래. 지금 나가면 딱 좋을 것 같지 않아?"
네가 휴대폰 화면을 내밀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팝콘 한 알을 천천히 씹으며 호텔 천장의 무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삼월의 가오슝은 공기가 뭉글뭉글했다. 습도 칠십삼 퍼센트. 피부에 닿는 공기가 마치 젖은 수건처럼 무겁고 끈적하게 감겨왔다. 나는 네 손목을 살짝 잡아끌어 침대 위로 눕혔다.
"그냥 여기 있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뭐? 벌써 눕고 싶은 거야? 우리 여행 왔잖아."
"응. 사실 누워있는 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어."
너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내 옆에 나란히 누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의 소란스러운 도시 소음이 멀게만 느껴졌고, 천장의 하얀 무늬를 함께 세는 것이 야시장의 인파 속에 섞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밀도 높은 휴식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체온이 닿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눅눅한 공기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무용한 것들이 쌓여 기억이 되는 시간
Gao Xiong Dou Hui Shang Lv의 침대는 몸이 깊게 파묻힐 만큼 적당히 부드러웠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에서는 은은한 세제 냄새가 났고, 객실 벽면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만화 벽화들은 우리의 권태로운 오후에 작은 생기를 더해주었다. 우리는 그 위에서 서로의 규칙적인 호흡 소리를 들으며, 낯선 도시가 주는 긴장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삼월의 가오슝은 북쪽보다 한 달 빠르게 봄이 찾아온다고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습기 머금은 안개 때문에 흐릿했지만, 그 불분명함이 오히려 우리만의 세계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편안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느지막이 일어나 조식 뷔페로 향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세심하게 준비된 샌드위치와 정갈한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아 밖을 보았다. 섭씨 이십삼 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그 중간의 온도.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도시철도 시의회역 일 번 출구까지 천천히 걸었다. 육 분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습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생경하고 아름다웠다.
아이허까지 걷는 길은 평탄했다. 강물은 서두르는 법 없이 느릿하게 흘렀고,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가오슝 특유의 느긋함이 배어 있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걷는 일의 반복. 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조금 붐볐지만, 우리는 그 흐름에서 살짝 비껴나 우리만의 속도로 걸었다. 강물에 반사되는 창백한 햇살이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로비의 팝콘 기계는 여전히 같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어제와 똑같은 웅웅거림. 문득 여행이란 대단한 발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무용한 것들을 낯선 곳에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십사 시간 스낵바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나누어 먹었다. 혀끝에 닿는 차가운 설탕의 맛이 나른한 오후의 정신을 깨웠다.
객실로 돌아와 욕실에 들어섰을 때, 토토 비데의 적당한 온수 온도가 지친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타일 바닥의 서늘함이 발바닥에 닿는 순간, 비로소 이곳에 온전히 머물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우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밖에는 여전히 눅눅한 봄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젖은 도로의 흙냄새가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비로소 가득 찼던 시간이었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함께 나누어 먹은 팝콘은 조금 눅눅해져 있었다.
- 도시철도 시의회역 일 번 출구에서 도보 육 분, 아이허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세요.
- 로비의 이십사 시간 스낵바에서 팝콘과 아이스크림을 챙겨 객실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