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가오슝은 살결에 닿는 공기의 질감이 마치 얇은 실크처럼 보드라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걷기 좋은 온도가 도시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시의회역 1번 출구에서 내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Gao Xiong Dou Hui Shang Lv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마음의 긴장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은은하고 담백한 향기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 문을 열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엉뚱한 표정의 만화 캐릭터들이었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멍한 그들의 표정이 낯선 여행지에 도착해 조금은 얼떨떨해진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짐을 내려놓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24시간 스낵바로 향했다. 복도까지 흘러나오는 팝콘 기계의 규칙적인 소음은 마치 이 호텔이 가진 다정한 심장 박동처럼 들렸다. 갓 튀겨낸 팝콘의 고소한 향과 쌉싸름한 커피 한 잔이 혀끝에 닿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곳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거창한 저녁 식사보다 이 무용한 시간이 더 좋았다. "그냥 이렇게 있어도 좋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 말 뒤에 찾아온 침묵은 어색함이 아니라 서로의 보폭을 맞추어가는 안도감이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단단 버거의 진한 튀김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들었고, 우리는 적당한 푹신함으로 몸의 곡선을 받아주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창밖 가오슝의 밤거리는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고요한, 마치 잘 조율된 악기처럼 조화로웠다. 리우허 야시장까지 걷는 길, 미지근한 밤공기와 길거리 음식들의 진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특별한 것을 찾으려 애쓰지 않고 눈에 보이는 간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서로의 보폭이 겹쳐지는 순간에 집중했다. 다시 Gao Xiong Dou Hui Shang Lv 방으로 돌아와 씻고 누웠을 때, 피부에 닿는 시트의 서늘함과 이불의 포근함이 교차하며 깊은 안식을 주었다. 내일의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새벽 3시, 다시 스낵바에서 가져온 커피 컵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질 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러브 리버의 물결에 반사된 도시의 불빛들이 방 안의 정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풍경,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충분한 몫을 다하고 있었다.
- 24시간 스낵바에서 갓 튀긴 팝콘과 따뜻한 커피로 새벽의 정적을 채워보길.
- 리우허 야시장까지 느릿하게 걸으며 가오슝의 미지근한 밤공기를 호흡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