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지금처럼 쓸데없는 걸로 내기를 하고 있을까. 가오슝의 10월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우리는 적당히 게을렀지. 그 무용한 기억들이 여전히 유효했으면 좋겠다.
5년 뒤에도 선명할 우리들의 사소한 조각들
고장 난 캐리어 바퀴의 불협화음: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 로비의 매끄럽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 하나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거울처럼 빛나는 바닥 위로 우리의 당황한 얼굴이 비쳤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체크인 카운터의 직원마저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짐이 너무 무겁다며 유치한 탓을 하기 시작했다. '대체 뭘 이렇게 많이 챙긴 거야?'라는 내면의 외침과 함께 짐을 나눠 들었을 때, 손바닥을 파고드는 묵직한 무게감이 오히려 우리가 함께라는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VIP 라운지의 미지근한 소란: 7층 라운지, 오후 6시의 해피아워는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 같았다. 오렌지빛 조명이 아늑하게 내려앉은 공간에서 차가운 대만 맥주 캔을 땄을 때의 '칙' 하는 청량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 짭조름한 향의 과자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캔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우리 우정 영원하자" 같은 낯간지러운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보며 터뜨린 웃음소리가 공간의 밀도를 촘촘하게 채웠다.
딤섬의 하얀 김과 멍한 얼굴들: 아침 8시, 호텔 내 식당에서 마주한 딤섬들은 지나치게 하얗고 매끄러워 마치 정교한 조각 같았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딤섬의 피가 입술에 닿을 때의 쫄깃함, 그리고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육즙의 온기가 잠든 감각을 깨웠다. 우리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서로의 덜 깬 얼굴을 관찰하며, 오늘 계획한 일정의 절반을 취소하자고 합의했다. 그 무책임한 결정이 주는 해방감은 그 어떤 관광지에서의 감동보다 짜릿했다.
옌청푸 역으로 향하는 비스듬한 산책: 호텔 정문을 나서 옌청푸 역까지 걷는 3분 남짓한 시간. 10월의 가오슝 햇살은 정수리를 태우지 않고 비스듬히 쏟아졌고, 우리의 그림자는 평소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의 은은한 향기와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매캐한 매연 냄새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냥 이렇게 계속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굳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공유했다.
5년 뒤에 이 기록을 다시 열어본다면
아마 우리가 어떤 유명한 명소를 갔는지, 어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억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VIP 라운지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과자 부스러기를 옷에 묻힌 채로 낄낄거리던 그 무용한 시간만큼은 이상하게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가오슝의 공기가 적당히 건조해지며 피부에 닿던 쾌적한 온도, 그리고 외출 후 돌아와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의 빳빳한 시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 느껴지던 안락한 서늘함. 복도 정수기에서 유리병에 물을 채우며 나누던 시시한 농담들까지, 그런 구체적인 촉감들이 결국 우리를 다시 그때의 소란스러움 속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빈 맥주 캔 세 개.
- 7층 VIP 라운지의 해피아워 시간은 절대 놓치지 말고 맥주를 즐길 것.
- 옌청푸 역 근처의 작은 골목들을 목적지 없이 그냥 천천히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