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이곳, 왜 가족 여행의 거점으로 선택했을까?
가오슝 옌청구의 거리는 낮게 깔린 붉은 벽돌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2월의 햇살은 적당히 미지근해서,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걷기에 더없이 다정한 온도였다. 도시의 소란함 속에서 고요한 안식처가 되어준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은 그 거리의 중심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228 평화기념공원의 짙은 초록빛은 숨 가쁜 여행 일정 속에 쉼표 하나를 찍어주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광활한 자연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는 뜻밖의 여유를, 아이에게는 해방감을 선사했다. 옌청푸 엠알티 역까지는 걸어서 3분 남짓. 짧은 거리지만 아이의 보폭으로는 충분한 탐험이 되는 길이었다.
가족실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안도감을 준 것은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영리한 구조였다. 누군가 씻는 동안 다른 이는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가족 여행 특유의 아침 전쟁과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주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을 때면, 하루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특히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병 대신 복도에 놓인 묵직한 유리병에 물을 채워 마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차가운 유리병의 매끄러운 질감은 이곳의 시간이 조금 더 느리고 정성스럽게 흐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화려한 장식보다 무심한 듯 세심한 배려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머무름을 온전한 휴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작은 탐험가의 눈에 비친 세상, 아이가 가장 사랑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7층 브이아이피 라운지에서 맞이한 해피아워는 아이에게 하나의 작은 실험실과 같았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어른들이 대만 맥주의 쌉쌀한 풍미에 취해 있을 때 아이의 온 신경은 과일 에이드 머신으로 향했다. 투명한 컵 속으로 탄산수가 솨아아 쏟아지고, 그 위로 알록달록한 과일 시럽이 소용돌이치며 섞이는 과정은 마치 액체로 된 무지개를 만드는 마법처럼 보였다. "우와, 색깔이 변해요!"라고 외치던 아이의 눈동자 속에는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이 은하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톡 쏘는 탄산의 청량함과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그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발견한 표정을 지었다.
호텔 밖으로 나서면 2월의 가오슝이 준비한 겨울 유원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러브 리버 베이의 강바람은 제법 서늘했지만,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울트라맨 조형물을 마주한 아이는 추위조차 잊은 듯했다. 압도적인 크기의 영웅 앞에 선 아이는 자신의 작은 손을 쫙 펴서 그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나도 저렇게 커지면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아이의 진지한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거인을 바라보던 그 뒷모습. 거창한 교육적 가르침은 없었을지라도, 신기한 것을 함께 바라봐 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아이의 마음속에 단단한 신뢰의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짐을 꾸려 떠나는 길, 마음속에 어떤 조각들이 남았을까?
3층 레스토랑에서 맞이한 홍콩식 조식 뷔페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겹겹이 쌓인 대나무 찜통의 뚜껑을 열 때마다 피어오르는 뽀얀 김과 그 속에 숨어있던 딤섬의 말랑하고 쫀득한 촉감이 생각난다. 평소 채소를 멀리하던 아이가 낯선 채소 딤섬을 한 입 베어 물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맛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생경하다는 그 표정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순수한 쾌락일지도 모른다. 낯설음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법을 아이는 이곳에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체크아웃을 하며 짐을 실어주던 직원의 가벼운 미소는 과하지 않아 더 다정했다. 옌청구의 오래된 골목길을 채웠던 낡은 간판들, 화다 밀크티의 진하고 달콤한 향기, 그리고 호텔 방 안에서 킥킥거리며 나누었던 소소한 대화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는 적당한 온도의 공기를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찼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도 2월의 햇살은 지금처럼 다정하게 우리를 맞이해주길 바란다.
아이의 작은 손에 쥐어진 과일 에이드 컵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7층 브이아이피 라운지에서 아이와 함께 알록달록한 나만의 과일 에이드를 만들어 보세요.
- 호텔 바로 앞 228 평화기념공원의 푸른 잔디 위에서 느긋한 아침 산책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