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가오슝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찜통 같았다. 공기는 눅눅하게 피부에 달라붙었고, 숨을 쉴 때마다 습한 열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 로비에 들어선 순간,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구원처럼 느껴졌다. 체크인 카운터 직원이 건넨 환한 미소와 열쇠. 그제야 나는 긴장이 풀리며 생각했다. '아, 정말 도착했구나.'
가족 여행이란 언제나 계획이라는 이름의 모래성 같다. 파도 한 번에 쉽게 무너진다. 첫째는 역사 박물관에 가야 한다며 고집을 피웠고, 둘째는 수영장이 어디 있느냐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비록 수영장은 없었지만, 우리는 그저 함께 걷기로 했다. 옌청푸역에서 내려 짧은 산책 끝에 마주한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은 소란스러운 도심 속에서 뜻밖의 고요함을 품고 있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가 몸을 감싸는 감촉은 마치 구름 위에 누운 듯 포근했다. 바깥의 끈적임은 완전히 차단된, 오직 우리 가족만을 위한 하얀 섬 같았다. 나는 그 곁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갈망했던 사치였다.
저녁 6시, 우리는 7층 브이아이피 라운지로 향했다. 해피아워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대만 맥주 캔을 땄을 때, '칙' 하는 경쾌한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알루미늄의 서늘함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직원이 세심하게 챙겨준 '미식 지도'를 펼쳐놓고 내일 갈 맛집을 고르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소란스러웠지만, 그 소음조차 사랑스럽게 들리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홍콩식 딤섬 뷔페는 오감을 깨웠다. 대나무 찜기 뚜껑을 열자 하얀 김이 훅 끼쳐오며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쫄깃한 피 속에 갇혀 있던 뜨거운 육즙이 입안에서 팡 터지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이들은 서툰 젓가락질에 딤섬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저 웃어넘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아침이었다.
다시 호텔 밖으로 나서자 6월의 열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리에서 산 망고는 지나치게 달콤했고, 아이의 뺨에는 노란 과즙이 엉망으로 묻어 있었다. 닦아주려다 멈췄다. 그 끈적한 노란색이 가오슝의 여름과 너무나 잘 어울렸으니까. 연지담으로 향하는 길, 바람에 흔들리는 커다란 연꽃 잎들이 초록빛 물결을 이뤘다. 흙내음과 은은한 꽃향기가 섞인 눅눅한 공기가 다시금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특별한 명소를 정복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낯선 곳에서 함께 누워 있고, 함께 먹고, 함께 땀 흘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유대는 더 단단해졌다. 하얀 침대 위에서 서로의 발가락을 툭툭 치며 내일의 메뉴를 고민하던 그 밤, 우리는 이미 가장 소중한 여행의 조각을 찾은 상태였다.
우리 가족이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차가운 대만 맥주: 7층 라운지에서 들린 경쾌한 '칙' 소리와 손바닥에 닿는 알루미늄의 서늘한 감촉. 아빠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딤섬: 찜기 뚜껑을 열 때 쏟아지는 하얀 증기와 혀끝에 닿는 쫄깃한 피의 질감. 첫째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빳빳한 하얀 시트: 몸이 깊게 파묻히는 포근함과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세제 냄새. 둘째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끈적한 노란 망고: 입술 주변에 묻은 진한 달콤함과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걸쭉한 과즙. 엄마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눅눅한 연꽃 향기: 연지담의 흙냄새와 섞인 청초한 꽃내음과 바람에 일렁이는 커다란 잎사귀. 첫째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싱그러운 여름 냄새가 났다.
- 7층 브이아이피 라운지의 해피아워를 이용해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루의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 조식 뷔페의 홍콩식 딤섬은 인기가 많으므로 조금 서둘러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