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김 속에 피어난 아침의 온기
아침 7시, 잠이 덜 깬 아이들의 손을 잡고 3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 속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홍콩식 딤섬 뷔페였다. 대나무 찜기 뚜껑을 열 때마다 하얀 증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와 시야를 가렸고, 그 너머로 갓 쪄낸 딤섬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둘째는 아직 서툰 젓가락질로 하가우를 집으려 애쓰다 몇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내는 작은 한숨을 내뱉었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다시 음식을 집어 올렸다. 그 소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었다. 도자기 컵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그 온기는 마치 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채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투명한 피 속에 탱글탱글한 새우가 든 딤섬만을 접시에 산처럼 쌓아 올렸다. 그 욕심 많은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사랑스러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쫄깃한 식감의 딤섬과 쌉싸름한 차 한 잔이면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보니 가오슝의 5월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습도가 높아 공기가 묵직하게 몸을 감싸 안았지만, 그 눅눅함조차 낯선 도시가 주는 다정한 환대처럼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눅눅한 빗줄기를 뚫고 만난 진한 위로
호텔 정문을 나서자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의 세련된 외관 뒤로 옌청구의 소박한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228 평화기념공원의 거대한 나무들은 비를 머금어 더욱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젖은 흙 내음과 오래된 도시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5월의 가오슝은 변덕스러운 비가 잦다.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에 옷깃이 금세 눅눅해졌지만, 우리는 그 눅눅함을 훈장처럼 달고 근처 강원 우육면 집으로 향했다. 좁고 낮은 천장의 가게 안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와 진한 고기 육수의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은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가 불편하다며 엉덩이를 꼼지락거렸고, 첫째는 뜨거운 국물에 면을 적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진한 갈색 국물 한 방울이 아이의 하얀 티셔츠 위로 툭 떨어졌다. 순간 '지우기 힘들 텐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입가에 국물을 묻힌 채 행복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그 얼룩조차 이번 여행의 소중한 기록처럼 보였다. 굵고 쫄깃한 면발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푹 고아진 고기는 혀끝에서 부드럽게 흩어졌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그 끈적임마저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식당을 나와 마신 화다 밀크티의 진득한 달콤함이 혀끝에 오래도록 남아, 걷는 내내 기분 좋은 여운을 주었다.
도시의 불빛을 머금은 밤의 정적
저녁 6시, 우리는 그랜드 하이래이 호텔 7층의 VIP 라운지로 올라갔다. 황금빛 조명이 은은하게 흐르는 해피아워 시간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차가운 대만 맥주와 바삭한 과자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캔 맥주를 따는 순간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거품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과일을 듬뿍 넣고 탄산수를 섞어 자신들만의 스파클링 워터를 만들며 낄낄거렸다.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라운지의 정적을 적당히 깨뜨려, 공간 전체에 생기가 돌았다. 유리창 밖으로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명한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이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을 잘게 쪼개어 보석처럼 흩뿌리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눕히자, 넓은 가족실의 침대가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아이들은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깔끔한 욕실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복도 너머로 유리병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환경 보호를 위해 제공된 유리병에 물을 채워 돌아가는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무거운 이불을 덮고 눕자, 적당한 냉방 온도와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오직 휴식만이 허락된 시간. 그저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충분했고, 완벽했다.
비가 그친 하늘 위로 커다란 무지개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걸려 있었다.
- 7층 VIP 라운지의 해피아워에서 시원한 대만 맥주와 직접 만든 과일 스파클링 워터를 즐겨보세요.
- 호텔 인근의 강원 우육면과 화다 밀크티 본점은 가벼운 산책 거리이며 현지의 정직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