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기억나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때 가오슝의 나른한 공기 속에 있었다. 서로의 여행 취향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며 적당히 투덜거렸지만, 결국은 그 모든 불협화음조차 다정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지.
5년 뒤에도 선명히 남아있을 가오슝의 조각들
수평선과 맞닿은 도시의 경계.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의 야외 수영장에 몸을 담갔을 때, 미지근한 물결이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고 시야 끝에는 가오슝의 회색빛 건물들이 아른거렸다. "누가 먼저 지루해하나 내기할까?"라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물속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부력에 몸을 맡겼던 그 무용한 평화, 그리고 코끝을 스치던 옅은 소독약 냄새와 반짝이는 윤슬이 기억날 것 같다.
리샹위안의 아침 소음.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접시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섞여 있던 조식 뷔페의 풍경.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보낸 10분의 망설임,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지식 메뉴와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목을 타고 내려가던 그 적당한 포만감이 5년 뒤에도 입안에 맴돌 것 같다.
웅장한 중정과 빳빳한 침구의 감촉. 탁 트인 고층 중정의 개방감을 지나 들어선 객실의 무취의 깨끗함과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푹신함이 좋았다. "여기 진짜 아무것도 안 하기 딱이다"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던졌을 때, 천장의 높은 거리감만큼이나 마음의 여유가 넓어지던 그 쾌적한 고립감과 빳빳하게 마른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그리울 것이다.
미려도역에서 호텔까지의 짧은 산책. 11월의 가오슝 바람이 뺨을 스치던 7분 남짓한 길. 습기 없이 보송한 공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스쿠터의 소음들이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배경음악처럼 깔리던 그 길을 우리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걸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던 거리의 색감과 낯선 도시의 냄새, 그 무용한 걸음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진실한 정체성이었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
아마 우리는 그때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1월의 적당한 온도와, 아무런 계획 없이 침대에 늘어져 있던 나른함만은 선명할 것이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의 합의된 게으름. 그 무용함이 사실은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낮게 내려앉은 가오슝의 하늘과 창밖의 풍경이 기억의 트리거가 되어,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되었고 그저 서로의 침묵이 편안했던 그 시절의 쾌적한 공기를 다시 불러올 것이다. 우리는 그때 서로를 가장 온전하게 긍정하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빈 컵에 오후의 햇살이 길게 걸쳐 있었다.
-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에 머문다면 리샹위안 조식의 현지 메뉴를 꼭 시도해 볼 것.
- 11월의 가오슝은 걷기 좋으니, 목적지 없이 미려도역 주변을 천천히 배회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