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가오슝은 공기가 뭉툭했다. 눅눅한 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마치 덜 마른 수건을 온몸에 두른 것 같았지만, 그 눅눅함조차 이 도시가 가진 고유한 호흡이라고 생각하면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에 도착했다. 로비의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오래된 건물이 간직한 정중한 무게감과 최근에 덧입혀진 세련된 샌들우드 향기가 공중에서 부드럽게 섞여 있었다.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적당했고, 우리가 묵은 객실은 최근에 리뉴얼되어 정갈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하얀 시트가 팽팽하게 당겨진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등 뒤로 전해지는 적당한 탄성과 바스락거리는 면의 촉감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오후 네 시의 햇살이 얇은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바닥의 카펫 위에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빛의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오슝의 도심은 누군가 정교하게 만들어놓은 미니어처 세상 같았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우리 그냥 여기 조금만 더 있을까?'라고 묻고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냥 창틀에 기대어 멀리 보이는 건물들의 푸르스름한 실루엣과 천천히 흐르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응시했다. 누군가는 이 침묵을 어색하다고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적막이 오히려 가장 밀도 높은 대화였다. 옥상의 인피니티 풀로 향했을 때, 물의 경계선 너머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끝없이 펼쳐졌고 3월의 햇살은 피부를 기분 좋게 데워주었다. 차가운 물속으로 천천히 몸을 밀어 넣었을 때,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이 비단 한 겹을 바른 것처럼 매끄러웠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았지만,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좁은 틈 사이로 흐르는 체온만으로도 충분했다. 물결이 찰랑거릴 때마다 도시의 소음이 아득히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의 리샹위안 조식 뷔페에서 우리는 아주 천천히 식사를 했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공간을 촘촘하게 채웠고, 접시에 담긴 작은 과일들의 선명한 색감이 시각을 자극했다.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는 규칙적인 금속음이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특히 따뜻한 우유에 적신 빵의 몽글몽글한 식감과 적당히 달콤한 잼의 조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미식의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의 적당한 소란스러움 속에 섞여 있는 것이 좋았다. 호텔을 나와 사랑의 강변을 걸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눅눅했던 공기가 조금씩 흩어지며 쾌적함이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았고, 그냥 각자의 속도로 걷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란히 걷게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다른 곳에 가서도 여전히 나로 존재하는 일이며, 동시에 내 옆의 누군가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 벤치 위에 올려둔 내 캐리어는 잠시 동안 훌륭한 테이블이 되어주었다. 그 위에 올려둔 작은 간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거창한 약속이나 뜨거운 고백은 없었지만, 3월의 가오슝이 준 이 무심한 다정함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걷고 있을 것 같다. 그 정도의 거리면 충분히 가깝고, 또 충분히 자유로우니까.
- 리샹위안 뷔페에서 갓 구운 빵과 진한 커피로 시작하는 느린 아침을 즐겨보세요.
- 고층 객실 창가에서 가오슝 시내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함께 침묵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