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시트가 피부에 닿을 때 나는 그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최근 전면 리뉴얼을 마쳤다는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고, 새로 깐 카펫의 푹신한 감촉이 발바닥을 포근하게 감쌌다. 나무 가구 위로 떨어지는 오후의 햇살은 적당히 나른했고, 침대 끝에서 창가까지 걷는 그 짧은 거리조차 어쩐지 평소보다 느리게 흘러갔다. 로비에 들어섰을 때 마주한 웅장한 중정의 높은 층고와 그 사이를 채운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은 도시의 소음을 단숨에 지워버리는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9월의 가오슝은 여전히 덥지만,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바람에는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가을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마음 가는 대로 멈추기로 했다. 루프탑의 인피니티 풀에 몸을 담갔을 때, 물의 촉감은 피부에 닿는 순간 적당히 미지근했다. 수면 위로 가오슝의 옅은 하늘이 겹쳐 보였고, 물결이 일 때마다 도시의 실루엣이 수채화처럼 일렁였다. 풀장 가장자리의 매끄러운 타일에 팔을 기대고 있으면,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습한 공기 중에 흩어졌다. 너는 물속에서 내 손가락 끝을 아주 살짝 건드렸다. 대단한 의미가 담긴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심심했거나, 혹은 흐르는 물결이 우연히 밀어냈거나. 하지만 그 사소한 접촉이 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조각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방문한 리샹위안 뷔페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던 작은 딤섬 하나와 잘 익은 파파야의 달콤한 향이었다. 얇은 피 속에 갇혀 있던 뜨거운 육즙이 입안에서 터질 때, 우리는 서로를 보며 짧게 웃었다. "맛있네." 그 말이 전부였다. 구구절절한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그냥 좋았으니까. 호텔 정문을 나서서 7분 정도 천천히 걸으니 미려도역이 나타났다. 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작은 꽃집에서 풍겨 나오는 젖은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아스팔트 위로 반사되는 열기가 발목을 간지럽혔다. 9월의 햇살은 여전히 정수리를 뜨겁게 달궜지만, 함께 걷는 우리의 보폭은 어느덧 비슷하게 맞춰져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빨리 걷자거나 천천히 가자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랑의 강 근처에 닿았다. 강물은 아주 느릿하게 흘렀고, 우리는 그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 하나를 보며 너는 "귀엽다"고 중얼거렸다. 그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 온도가 순식간에 바뀐 것 같았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의 호화 가족실 침대에 누워있고 싶을 때 누워있고, 거리의 소음을 듣고 싶을 때 걸었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 돌이켜보니 가장 밀도 높았음을 깨닫는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그 하얀 시트 위에 몸을 뉘었을 때, 천장의 조명이 은은하게 내려앉았다. 너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리듬에 맞춰 내 숨을 조용히 섞었다. 도시의 소음이 창밖에서 아스라이 들려왔지만, 방 안은 충분히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무 계획 없이 그냥 이곳에 머물 것 같다. 눅눅한 공기와 미지근한 물, 그리고 적당한 거리의 침묵. 그것으로 충분했다.
- 리샹위안 뷔페의 딤섬과 신선한 열대과일로 느긋한 아침을 시작해 보세요.
- 루프탑 인피니티 풀에서 가오슝의 도시 실루엣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