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가오슝은 숨이 막히는 열기로 가득했다. 눅눅한 습기가 피부를 짓누르고, 아스팔트 위로 낮게 깔린 아지랑이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던 정오였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 가끔씩 스치는 어깨의 온도가 뜨거웠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배려라기보다 차라리 이 도시의 무게에 짓눌린 체념에 가까웠다. 그러다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날카로운 냉기가 땀방울을 빠르게 앗아갔다. 그 찰나의 쾌적함이 주는 안도감은 마치 다른 세계로 진입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새로 단장한 준줴 객실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의 서늘한 향기였다. 그 위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바스락거리는 리넨의 촉감은 도시의 열기를 단숨에 지워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묵직한 두께감이 걸음소리를 삼켰고, 방 안에는 낮은 기계음의 에어컨 소리만이 잔잔한 파도처럼 깔렸다. 창밖으로 펼쳐진 가오슝의 도심은 파노라마처럼 아득했다. 높이 뜬 하늘과 낮은 건물들 사이의 거리감이 우리 사이의 묘한 긴장감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나는 당신의 옆모습을 가만히 훔쳐보았다. 다음 날 아침, 리샹위안 조식 뷔페에서 마주한 망고의 노란 빛깔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달콤함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죽 한 그릇, 그리고 짭조름한 육수가 일품이었던 단자이면의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우리는 서로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 정말 좋다, 그치?"라는 짧은 물음에 당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눈빛에는 해방감과 불안함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10층의 루프탑 수영장으로 향했을 때, 인피니티 풀의 푸른 물속으로 천천히 몸을 담그자 뜨거웠던 피부의 열기가 서서히 고요해졌다. 물결이 찰랑이며 턱끝까지 차올랐을 때, 옆에 있던 당신이 내 손등을 아주 살짝 건드렸다. 그 작은 접촉은 어떤 긴 말보다 다정했고, 우리는 수평선과 맞닿은 물의 경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하늘의 파란색과 수영장의 푸른색이 어디서부터 나뉘는지 알 수 없는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아주 잠시 동안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 연꽃이 붉게 피어난 연지담으로 향하는 길, 6월의 햇살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우리는 함께 젖어가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땀에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는 끈적임조차 당신과 같은 속도로 걷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사랑강의 물결 위로 부서지는 오후의 햇살을 보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걸음을 늦췄다. 강바람에 섞인 옅은 물비린내가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는 그 순간에 몰입해 있었다. 다시 Gao Xiong Fu Hua Da Fan Dian으로 돌아와 뽀송뽀송한 가운을 입고 침대에 누웠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달았다. 무언가 특별한 목적지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이 공간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것을. 저녁이 되면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졌고, 그 은은한 호박색 빛이 우리의 그림자를 벽면에 길게 늘어뜨렸다. 그 그림자조차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 안을 채운 정적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포근한 담요처럼 우리를 감쌌다.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더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서늘한 시트와 당신의 온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벽면에 길게 드리워진, 서로를 향해 살짝 기울어진 두 개의 그림자만이 방 안의 정적을 지키고 있었다.
- 리샹위안 조식의 달콤한 망고와 짭조름한 단자이면으로 가오슝의 아침을 시작해 보세요.
- 10층 루프탑 수영장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온전한 휴식을 만끽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