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저녁, 서로 다른 방의 온도
방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이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발끝에 닿는 두툼한 카펫은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삼켜버렸고, 공기 중에는 옅은 라벤더 향과 잘 말린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나는 짐을 풀 생각도 없이 침대에 몸을 던졌다. 차가운 시트가 피부에 닿는 순간,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창밖 가오슝의 풍경은 아득한 수채화처럼 보였고, 나는 그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고요를 만끽했다. 침묵조차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느껴지는 안락한 밤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비명을 지르듯 환호했다. Han Xuan Guo Ji Da Fan Dian의 4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가오슝의 파노라마 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통창을 통해 쏟아지는 황금빛 노을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홀린 듯 창가로 달려갔다. "여기 진짜 미쳤다!"라고 외치며 침대의 광활한 크기를 확인했다. 로비에서부터 느껴진 정중한 환대와 5성급의 화려함이 나를 들뜨게 했다. 벌써부터 42층 스카이 바에서 마실 칵테일의 청량함이 입안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이 거대한 도시의 정점에 서 있다는 정복감이 온몸을 짜릿하게 감쌌다.
같은 식탁, 두 가지의 미각 기억
로스트 덕의 껍질을 씹는 순간, 얇고 바삭한 질감 뒤로 진한 육즙이 뜨겁게 터져 나왔다. 짭조름한 풍미가 혀끝을 자극했고, 뒤이어 맛본 차가운 푸딩은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숟가락 끝에 전해지는 푸딩의 묵직한 저항감이 기분 좋았다. 우롱차의 쌉싸름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따뜻한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바라보며 나는 소란스러운 뷔페의 소음 속에서도 오직 내 접시 위의 정직한 맛에만 집중했다. 과하지 않은, 딱 충분한 만족감이었다. 미각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는 정적인 식사였다.
내 눈앞에 펼쳐진 딤섬의 향연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다양한 딤섬들을 사진에 담아 단톡방에 올리는 순간의 쾌감이 무엇보다 컸다. 창밖으로 반짝이는 가오슝 항구의 야경은 최고의 조미료였다. 도시의 불빛이 접시 위로 쏟아져 내릴 때, 음식의 맛은 배가 되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푸딩의 강렬한 달콤함이 여행의 피로를 한 번에 씻어내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이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이 도시의 풍요로움을 한 입에 삼키는 화려한 이벤트였다.
우리가 유일하게 동의한 것
11월 가오슝의 공기는 우리 모두를 너그럽게 만들었다. 평균 24도의 온도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치 잘 조율된 악기처럼 완벽했다. Han Xuan Guo Ji Da Fan Dian의 쾌적한 객실을 나서자 피부에 닿는 바람의 밀도가 가벼웠고, 햇살은 적당히 따스했다. 우리는 목적지 없이 유바이크를 타고 이름 모를 골목을 누볐다. 서로 다른 성격의 우리가 하나의 온도 아래에서 나란히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최고의 효율을 경험하며, 우리는 계획된 일정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평범함이 이번 여행의 진짜 정수였다는 사실에 조용히 합의했다.
현관 앞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두 켤레와 반쯤 남은 물컵.
- 40층 식당의 바삭한 로스트 덕과 달콤한 푸딩을 꼭 맛볼 것
- 유바이크를 빌려 호텔 주변의 고요한 골목길을 느긋하게 산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