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의 시간과 온기가 머문 다섯 가지 기억
가족실의 두꺼운 카펫.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끝을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묵직한 저항감이 좋았다. Han Xuan Guo Ji Da Fan Dian 특유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깃든 이 카펫은 아이들이 거실 끝에서 끝까지 전력 질주하며 내지르는 소란함마저 포근하게 흡수해 버렸다. 호텔 방이 워낙 넓어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마치 작은 숲속 산책로처럼 느껴졌고, 그 묘한 공간감을 가장 먼저 알아챈 첫째는 곧바로 거실 한복판을 자신의 영토로 선포하며 뒹굴었다. 소음이 공간 속으로 잦아들고 오직 가족의 숨소리만 남는 기분, 그 안온함이 나쁘지 않았다.
창가 쪽 작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으면 가오슝 시내의 전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차갑게 식힌 캔맥주를 땄을 때 '칙' 하고 터지는 청량한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의 공기를 깨웠다. 캔 표면에 맺힌 차가운 이슬이 손가락 사이로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감촉이 선명했다. '아, 이제야 진짜 휴식이구나'라는 혼잣말이 입술 끝에 맺혔다. 아이들이 잠든 뒤, 이 작은 소파에 파묻혀 스마트폰의 은은한 빛에 의지해 보낸 15분의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평온이었다. 이 구석진 안식처를 가장 먼저 찾아낸 것은 나였다.
조식 뷔페의 딤섬. 대나무 찜기 뚜껑을 열자마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따스한 안개처럼 얼굴을 덮었다. 얇고 투명한 피 속에 갇혀 있던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이 혀끝에 닿는 순간, 짭조름한 간장 향이 코끝을 스치며 입맛을 돋웠다. 뷔페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도 딤섬의 온도는 정확했고, 그 온기는 아침의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둘째는 딤섬의 앙증맞은 모양이 신기하다며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았고, 곧 입가에 간장을 묻힌 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작은 미식의 발견을 가장 먼저 알린 것은 둘째였다.
42층 고공 바의 유리창. 손바닥을 대면 전해지는 서늘한 유리의 촉감이 4월의 눅눅한 바깥 공기를 단숨에 잊게 했다. 발밑으로 끝없이 펼쳐진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누군가 밤하늘에 쏟아놓은 소금 가루처럼 하얗고 눈부시게 흩어져 있었다. 아내는 유리창에 이마를 맞댄 채 한참 동안 말없이 야경을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작고 단순해 보였고, 그 단순함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따뜻하게 채웠다. 도시의 반짝임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매료된 사람은 아내였다.
나마샤의 복숭아. 4월의 서늘한 산길을 따라 들어간 그곳에서 만난 복숭아는 껍질에 아주 미세하고 보드라운 솜털이 돋아 있었다.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진하고 달콤한 과즙이 폭죽처럼 입안 가득 터졌고, 끈적한 단맛이 턱 끝까지 흘러내렸다. 아이들은 얼굴 전체에 복숭아 즙을 묻힌 채 서로를 보며 까르르 웃었고, 그 모습이 마치 숲속의 작은 요정들처럼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웠다. 산속의 청량한 공기와 과일의 뜨거운 온기가 섞여 묘한 조화를 이뤘다. 이 원초적인 달콤함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가운을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누비던 아이들의 작은 뒷모습이 여전히 선명하다.
- 4월의 가오슝은 해풍이 적당하니, 나마샤의 반딧불이와 복숭아를 함께 챙겨보길 권한다.
- Han Xuan Guo Ji Da Fan Dian의 가족실은 공간이 매우 넓으니, 아이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