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의 오후를 수놓은 다섯 가지의 기억
1. "여기 봐!"라고 외치는 둘째의 맑은 목소리. 더 그랜드 호텔 가오슝의 로비는 웅장한 천장 높이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아이의 외침은, 마치 이 거대한 공간이 우리 가족의 서툰 소란함을 너그럽게 품어주는 다정한 환대처럼 들렸다. 은은한 백합 향기가 감도는 공기 속에서 아이는 제 발소리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신기한지 한참을 제자리걸음 했다.
2. 물속에서 '푸하!' 하며 솟구쳐 오르는 첫째의 거친 숨소리. 투명한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수영장은 2월의 가오슝이 주는 온기로 가득했다. 아이는 수영하는 법보다 물보라를 일으키는 법을 더 빨리 깨달은 모양이다. 젖은 수영복이 피부에 닿는 눅눅한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옅은 소독약 냄새, 그리고 복도를 뛰어다니는 경쾌한 발소리가 뒤섞였다. 물놀이 끝에 찾아온 기분 좋은 피로함이 아이의 칭얼거림에 섞여 나왔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라 달콤했다.
3. 나무 데크 위를 규칙적으로 누비는 신발 소리. 호텔과 연결된 목조 산책로를 따라 청징후의 품으로 걸어 들어갔다. 21도의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나뭇잎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누가 먼저 호수 끝에 도착하나 보자!" 아이들의 외침이 앞서 나가고, 뒤따르는 나의 발소리는 그 거리감을 적당히 유지하며 리듬을 맞췄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빛을 반사하며 우리 가족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던 시간이었다.
4. 그릇과 숟가락이 부딪히는 정겨운 달그락 소리. 호텔 내 레스토랑의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요리들이 테이블을 채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의 온기와 함께, 아이들은 입가에 소스를 묻힌 채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맛있게 음식을 씹는 소리와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만으로도 공간은 충분히 밀도 있게 채워졌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여행이 된다는 것을,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를 통해 느꼈다.
5.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 더 그랜드 호텔 가오슝의 포근한 침구 속에 셋이 엉켜 누우니, 넓었던 방이 어느새 아늑한 요람처럼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가오슝의 밤바람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잠결에 뒤척이던 아이가 내 팔을 꼭 끌어당겼을 때, 전해지는 작은 온기와 규칙적인 숨소리는 이번 여행이 남긴 가장 정직하고도 다정한 기록이었다.
내일은 알람 없이, 햇살이 깨워줄 때까지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
- 청징후 산책로는 해 질 녘의 낮은 빛이 내려앉을 때 걷기를 추천한다. 풍경의 밀도가 낮아져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 수영 후에는 로비 카페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즐겨보길 권한다. 적당한 당분이 여행의 기분 좋은 피로를 부드럽게 덮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