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기 봐! 진짜 큰 배가 있어!" 둘째가 창문에 딱 달라붙어 소리를 질렀다. Fu Rong Da Fan Dian의 객실 창밖으로는 가오슝 항구의 광활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아이는 배의 크기를 재보겠다며 고사리 같은 팔을 최대한 넓게 벌렸고, 그 바람에 옆에 있던 스탠드 조명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넓은 방 안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둔탁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 소란함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는 넉넉한 공간감에 마음이 놓였다. 항구의 짠 내음이 섞인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풍경이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서늘하고 깨끗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매트리스는 적당히 깊어 몸의 무게만큼 천천히, 아주 다정하게 고요해졌다. 낮 동안 이용했던 사우나의 온기가 아직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어 나른함이 배가 되었다. 가오슝 항구를 멍하니 바라보며 누워 있으니, 마치 시간이 끈적한 꿀처럼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사라졌다. 천장의 무늬를 하나하나 세다 잠시 눈을 감은 오후, 완벽한 정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매끄럽게 상승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마주친 직원의 미소는 꾸밈없이 담백했다. 정중하게 건넨 인사는 과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로비의 공기는 쾌적했고, 체크인 과정은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그 사이 아이들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가 먼저 누르느냐를 두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내가 먼저야!" 하는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로비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효율적인 시스템과 인간적인 친절함이 적절히 섞인, 이 호텔만의 리듬이었다.
조식 뷔페에서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었다. 컵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접시 위에 담긴 열대 과일들의 색깔은 보석처럼 선명했다. 아이들은 소시지를 산처럼 쌓아 올리며 낄낄거렸고, 첫째는 잼을 듬뿍 바른 빵을 조심스럽게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화려한 미식의 성찬은 아니었지만, 입안에 퍼지는 온기와 적당한 단맛이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씹고 삼키는 단순한 행위에 집중하는 시간, 그 소박한 충만함이 좋았다.
11월의 가오슝은 다정한 연인 같았다. 평균 기온 24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가 실크 스카프처럼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Fu Rong Da Fan Dian을 나서 옌청구의 거리를 걸었다. 사랑의 강 쪽으로 향하는 길 위로 오후의 빛이 낮게 깔리며 세상의 모든 색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시간,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걷는 속도는 한없이 느렸지만 그 느림이 오히려 쾌적한 리듬이 되었다.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가을 공기가 걷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야외 수영장의 물은 기분 좋게 미지근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까르르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둘째가 갑자기 물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며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깜짝 놀라 다가갔지만, 정작 아이가 가리킨 것은 자신의 통통한 발가락이었다.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영장 너머로 보이는 가오슝의 하늘은 티 없이 맑았고, 수면 위로 반사된 햇빛은 잘게 부서지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물의 경계에 몸을 맡긴 채, 나는 그 찰나의 평화를 만끽했다.
하루의 끝,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피로감이 옅은 그림자처럼 서려 있었다. 누군가는 하품을 크게 하고, 누군가는 옷을 갈아입다 말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특별한 이벤트도, 거창한 깨달음도 없었다. 하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빈틈이 채워졌다. 조명을 낮추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여행이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항구의 잔잔한 불빛이 창가에 머물다 조용히 사라졌다.
- 아이들과 함께 옌청구의 골목길을 천천히 산책하며 달콤한 현지 간식을 맛보세요.
- 체크아웃 전, 야외 수영장에서 아이들의 엉뚱한 장난을 구경하며 느긋한 여유를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