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은 마치 젖은 얇은 면사포를 쓴 것처럼 무거웠지만, 그 끈적임마저 가오슝의 계절이 주는 다정한 환대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Fu Rong Da Fan Dian의 로비로 들어섰고, 천장에서 쏟아지는 창백한 백색 조명이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대리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했다. 엘리베이터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신발 끝만 응시하며 묘한 긴장감을 공유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객실에서는 가오슝 항구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는데, 거대한 크레인들이 그리는 기하학적인 선들은 마치 도시가 쓴 거대한 시처럼 보였고 붉고 푸른 컨테이너들은 바둑판 위에 놓인 정교한 말들 같았다. 배들이 아주 느릿하게 수면을 가르는 모습은 시간이 이곳에서만 다르게 흐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5월의 열기를 뒤로하고 에어컨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닿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이 낯설면서도 포근했다. "여기 정말 조용하다," 누군가 나직이 뱉은 말은 공기 중에 흩어졌지만, 그 정적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잠시 밖으로 나가 아이허 강변을 걸었다. 비가 한 차례 휩쓸고 간 뒤의 공기는 투명한 유리처럼 맑았고, 강물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시원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저녁으로 먹은 돼지피 국의 뜨거운 김이 안경 너머로 뿌옇게 서렸고, 진한 육수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습한 기운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규칙적인 금속음만이 우리의 대화를 대신했다. 우리는 나마샤의 반딧불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숲속에서 작은 빛들이 점처럼 명멸하는 풍경을 함께 그렸다. 실제로 그곳에 가지 않아도, 같은 상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작은 등불 하나가 켜지는 것 같았다. 다시 Fu Rong Da Fan Dian으로 돌아와 야외 수영장의 미지근한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28도의 기온 속에서 부력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고요해지는 느낌은 마치 세상의 모든 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조명들이 우리 얼굴 위로 파편처럼 흩어졌다. 내일의 계획은 없었다. 계획이 없다는 해방감이 우리를 더 깊은 안식으로 이끌었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바라본 항구의 야경은 검은 잉크를 풀어놓은 바다 위에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했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 하나가 툭, 하얀 시트 위로 떨어져 작은 점을 만들었다. 그 사소한 얼룩조차 완벽해 보이는 밤이었다. 우리는 힘내라는 말 대신 그저 좋다고 말했다. 그 짧은 긍정이 방 안의 공기를 밀도 있게 채웠고, 우리는 그렇게 무용한 시간의 겹을 쌓아 올렸다. 이 무용함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찾고자 했던 유일한 정답이었다.
- 호텔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2분 거리인 아이허 강변을 따라 투명한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산책해보길 권한다.
- 항구 뷰 객실의 창가에 앉아 거대한 크레인과 배들이 움직이는 느린 속도를 가만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