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의 낭만을 기분 좋게 낭비한 네 가지 방법
새벽 6시의 도시 관찰하기.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알람 소리는 그저 아득한 꿈결의 배경음악이었고, 우리는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의 침구는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힌 듯 포근했고, 살결에 닿는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너무 달콤해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오슝의 아침 소음조차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느껴지는, 완벽한 고립의 행복이었다.
나마샤의 물복숭아 싹쓸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차 안을 빈틈없이 채운 진득한 복숭아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호텔 방에 들어설 때까지 그 달콤한 잔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쯤 되면 우리가 복숭아가 된 거 아냐?"라는 친구의 헛웃음과 함께, 입안에서 톡 터지는 차가운 과즙의 온도가 4월의 미지근한 공기를 단숨에 식혀주었다. 손가락 끝에 남은 끈적한 단맛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한참을 만지작거렸다.
더 라운지에서 '갓생' 살아보기. 완벽한 실패였다. 노트북을 펴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통창 너머로 펼쳐진 가오슝 시내의 나른한 움직임이 자꾸만 시선을 낚아챘다. 쌉싸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는 가운데 세 시간 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해방감이 밀물처럼 밀려와 오히려 마음이 충만해졌다. '생산성'이라는 강박을 내려놓은 순간, 비로소 도시의 리듬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마트 TV로 우리만의 영화관 만들기. 예상 밖의 소동이었다. 폰을 화면에 미러링하는 간단한 작업에 30분을 허비하며, 서로의 기계치 성향을 격렬하게 탓하며 투덜거렸다. 결국 영화는 도입부 10분만 흐르고 모두 깊은 잠에 빠졌는데, 어두운 방 안을 채운 푸르스름한 TV 빛과 친구의 고른 숨소리가 그 어떤 명작 영화보다 더 아늑한 배경음이 되어주었다.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정적 속으로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
무계획이 선물한 뜻밖의 성적표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일정표를 과감히 찢어버린 '계획의 파괴'였다. 30층 높이의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 객실, 하얀 벽면에 4월의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금빛 가루를 뿌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갓생'을 살려던 시도는 코미디 같은 헛수고였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이 웃고 더 깊게 게을러질 수 있었다. 빳빳하게 세탁된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창밖으로 흐릿하게 번지는 가오슝의 스카이라인이 겹쳐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빈틈을 사랑하게 되었다. 정갈한 인테리어는 우리의 무질서한 여행 방식을 묵묵히 품어주었고, 짠내가 섞인 바람을 맞으며 정처 없이 걷다가 돌아온 방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항구였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결국 서로의 엉성함을 확인하고, 그 엉성함이 꽤 마음에 든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하얀 시트 위에 흩어진 복숭아 씨앗과 낮은 웃음소리.
- 나마샤의 숲속에서 반딧불이가 만드는 작은 별빛의 군무를 찾아보길 권한다.
- 호텔 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육즙 가득한 저녁 식사로 하루의 마침표를 찍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