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지도를 그리는 아이들의 작은 손가락
30층 라운지의 거대한 통창은 가오슝의 나른한 오후를 그대로 실내로 들이밀었다. 4월의 햇살은 적당히 힘이 있어 피부에 닿는 온도가 기분 좋았고, 공기는 바다를 머금어 약간 눅눅했다. 첫째는 유리창에 작은 코를 납작하게 붙인 채, 저 멀리 솟아오른 85 타워가 얼마나 높은지 끊임없이 물었다.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도시의 끝단에는 소음과 분주함이 먼지처럼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둘째는 그 옆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씩 흘리며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계획했던 일정은 이미 엉망이 되었지만, 우리는 그저 이 높은 곳에 머물며 도시의 윤곽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의 라운지는 생각보다 넓었고, 그 넉넉한 공간 덕분에 아이들의 소란함이 공기 중으로 적당히 흩어졌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아이들의 눈에 비친 거대한 탑의 실루엣은 마치 동화 속 성처럼 근사해 보였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그 풍경 속에 천천히 섞여 들어갔다.
정적을 깨우는 다정한 소란함
전용 엘리베이터가 층수를 올릴 때마다 들리는 낮은 기계음이 규칙적인 심장 박동처럼 울렸다. 23층에서 30층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짧은 시간 동안, 둘째는 갑자기 온천이 어디서 나오는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가오슝 시내 한복판의 호텔에 온천이 있을 리 없었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따뜻한 물줄기가 솟구치고 있었을 것이다. "땅속 아주 깊은 곳에서 잠자던 따뜻한 물이 깨어나 올라오는 거야." 우리는 적당한 거짓말로 아이의 호기심을 달래주었다. 로비에 도착했을 때 들려온 직원들의 인사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다정했다.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 친절함이 오히려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복도를 걸을 때 아이들의 운동화가 두툼한 카펫 위에서 내는 둔탁한 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졌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스마트 텔레비전이 켜지는 짧은 신호음이 들렸고, 아이들은 곧바로 어떤 채널을 볼 것인지로 작은 논쟁을 시작했다. 그 소란함이 오히려 이 낯선 공간을 우리 집처럼 느껴지게 했다. 정적보다는 이런 적당한 소음이 마음을 더 깊게 이완시킨다.
살결에 닿는 서늘한 휴식의 감촉
코지 코너 룸의 침대는 생각보다 훨씬 넓어, 가족 모두가 뒹굴어도 충분했다.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하얀 시트의 서늘하고 빳빳한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여행의 피로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4월의 가오슝은 밖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에어컨이 뿜어내는 정교한 냉기는 쾌적한 숲속의 공기 같았다. 나마샤의 숲속에서 반딧불이를 찾느라 땀에 젖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잘 관리된 이불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첫째는 침대 모서리에서 공처럼 뒹굴었고, 둘째는 커다란 베개를 껴안고 굴러다녔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보드라운 촉감과 에어컨 바람이 만드는 묘한 온도 차이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었다. 굳이 무언가를 더 할 필요가 없는 상태, 그냥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서 창밖을 보니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며 보석처럼 박히고 있었다. 그 불빛들을 보며 누워 있는 시간은 지극히 무용했지만, 그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호사스러운 사치였다.
쌉싸름한 커피와 시큼한 망고의 변주곡
다음 날 아침, 라운지에서 맞이한 조식은 다채로운 색깔의 향연이었다. 갓 구워낸 빵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짙은 갈색의 커피에서는 묵직한 향이 피어올랐다. 아이들은 접시에 알록달록한 과일을 수북이 담았다. 조금 덜 익어 시큼한 맛이 강한 망고 한 조각을 입에 넣은 둘째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한 조각을 집어 드는 모습이 우스워 우리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샐러드 바에서 가져온 신선한 채소들이 입안에서 아삭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머물렀다.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의 조식은 화려한 만찬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천천히 씹어 삼키는 음식들의 맛은 그 무엇보다 충만했다. 특히 갓 내린 커피의 쌉싸름한 맛이 밤새 잠들어 있던 감각을 하나하나 깨웠다. 아이들이 흘린 우유 자국을 닦아내며 우리는 오늘 어디를 갈지 논의했지만, 사실 어디를 가든 상관없었다. 이미 배가 부르고 마음이 한없이 편안했으니까.
기억의 끝을 붙잡는 포근한 세탁 향기
객실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은은한 세탁 향기가 마음을 정돈해주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수건에서 나는 그 특유의 포근하고 보송보송한 냄새는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는 힘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전날 나마샤에서 사 온 복숭아가 놓여 있었다.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기자 진하고 달콤한 과육의 향기가 방 안 가득 밀물처럼 퍼졌다. 4월의 가오슝 바람이 창틈으로 살짝 스며들 때, 그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복숭아의 달콤함이 묘하게 섞여 들었다. 그것은 이 도시와 이 호텔, 그리고 이 계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향기였다. 아이들의 젖살 냄새와 섞인 그 향기를 맡으며 우리는 천천히 짐을 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깨끗한 침구의 향기와 달콤한 과일의 잔상은 오래도록 기억의 갈피 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냥 좋았다. 그곳에 우리가 함께 있었고, 공기가 적당히 따뜻했으며, 쉴 곳이 포근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아이의 잠옷 자락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보였다.
- 30층 라운지에서 85 타워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오후 티타임을 즐겨보세요.
- 코지 코너 룸의 넓은 침대에서 가족과 함께 온전한 휴식을 취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