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이라는 이름의 작은 반란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절대 길을 잃지 말자고 호기롭게 내기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했다. 러브 리버 베이의 눅눅한 강바람을 맞으며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울트라맨 조형물을 구경하다가, 우리는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2월의 가오슝은 21도 정도로 적당히 미지근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애매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오히려 정신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숙소인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으로 돌아오는 길, 누군가 배가 고프다며 칭얼거렸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 편의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만 현지 과자와 이름 모를 음료수 몇 병, 그리고 늦은 밤에 먹기엔 조금 과한 튀김 요리까지 비닐봉투 가득 담았다. 손가락 끝을 파고드는 봉투의 묵직함이 묘한 쾌감을 주었다. 30층 로비의 전문적이고 정중한 공기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봉투 속에서 과자 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마치 우리만의 작은 축제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들렸을 만큼, 우리는 적당히 지쳐 있었고 그만큼 적당히 즐거웠다.
바스락거리는 소음 속에 섞인 진심들
우리는 코너 룸의 넓은 침대 위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빳빳한 하얀 시트 위로 과자 부스러기가 흩뿌려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차가운 캔 음료의 표면에 맺힌 이슬이 손바닥을 적셨고, 입안에서는 짭조름한 튀김의 풍미가 진하게 퍼졌다.
"야, 너 아까 지도 볼 때 진짜 자신만만하더라? 덕분에 울트라맨 발가락만 한 시간 동안 본 거 알아?"
"그게 다 탐험이지. 원래 여행은 계획대로 안 될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 법이라고."
"탐험은 무슨. 그냥 길치인 걸 인정해. 그나저나 이 과자 진짜 짜다. 근데 왜 계속 들어가지?"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선택들을 안주 삼아 낄낄거렸다. 창밖으로는 가오슝 시내의 불빛들이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까 봤는데 여기 욕조 달걀 모양이더라? 내일은 거기서 푹 쉬어야지." 누군가의 말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내일의 휴식을 꿈꿨다. 도시의 소음은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멀어졌고, 방 안에는 오직 우리의 목소리와 바삭하게 무언가를 씹는 소리만 가득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서로의 못난 점을 확인하고,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우리가 나눈 대화들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파편들이었지만, 그 무용한 이야기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지였을지도 모른다.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대화의 밀도가 낮아질 때쯤, 방 안에는 기분 좋은 정적이 찾아왔다. He Yi Fan Dian Gao Xiong Zhong Shan Guan의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불필요한 시각적 자극을 걷어내 주어, 남은 정적을 더 깊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방 안을 채운 은은한 황색 조명은 마치 따뜻한 꿀 속에 잠긴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로 흩어졌다. 몸이 매트리스 속으로 깊숙이 파묻히는 감각이 좋았다. 부드러운 리넨의 촉감이 피부에 닿자, 방금 전까지 소란스러웠던 공기가 차분하게 고요해졌다. 창밖의 야경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관찰하는 것보다 눈을 감고 이 안온함을 누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마치 밀물이 빠져나간 뒤의 고요한 갯벌처럼, 마음속의 소란함이 모두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이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느끼려 애쓸 필요 없는 시간. 그냥 좋은 걸 좋다고 생각하며 잠드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제 몫을 다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충분히 완벽한 밤이었다.
스탠드 조명 아래로 고르게 퍼진 친구의 숨소리가 밤의 정적을 채웠다.
- 편의점의 짭조름한 어니언 링과 달콤한 밀크티의 단짠 조합을 추천한다.
- 달걀 모양 욕조에 몸을 담그고 가오슝의 야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