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팍, 찰팍. 둘째의 맨발이 매끄러운 노출 콘크리트 바닥에 닿을 때마다 경쾌한 마찰음이 복도를 채운다. 아이의 눈에 이 무채색의 벽들은 거대한 레고 블록이나 미지의 성벽처럼 보였나 보다. "엄마, 여기 진짜 멋져!" 작은 손바닥으로 벽면을 훑으며 달려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차갑게만 보였던 회색 벽은 5월의 온기를 머금어 기분 좋게 미지근했다.
Lai Chuang Xing Lv의 침대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빳빳하게 잘 마른 리넨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고, 베개는 머리의 무게를 빈틈없이 받아낸다. 창밖으로는 화롄의 보석 같은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깊은 색채 속에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 시계 바늘이 톱니바퀴를 굴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오후, 그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욕실에서는 다이슨 드라이기가 날카롭고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밀도 높은 바람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눅눅했던 습기를 순식간에 앗아간다. 살짝 열어둔 창문 틈으로 멀리 야시장의 웅성거림과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희미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주 먼 곳의 소란함이 역설적으로 지금 내가 머무는 이 공간의 정적을 더욱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식탁 위에는 갓 쪄낸 하얀 바오즈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특제 고추기름 간장을 살짝 찍어 입에 넣자, 짭조름한 맛 뒤로 묵직한 감칠맛이 혀끝을 감싼다. 이어 마신 금목서 꿀 홍차에서는 달콤하고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정성껏 준비된 온기가 위장과 마음속까지 천천히 스며들었다.
오후의 비스듬한 빛이 회색 벽면에 닿아 부드러운 수채화처럼 퍼진다. 무채색의 공간이 햇살을 머금고 연한 베이지색으로 물드는 찰나의 순간. 5월의 빛은 너무 강렬하지도, 그렇다고 희미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빛의 그늘 아래서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에 흩어져 책을 읽거나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의 속도를 세며, 우리는 함께 있기에 가능한 고독을 즐겼다.
모두가 잠든 밤 12시, 로비의 무료 스낵바에서 컵라면 하나를 끓였다. 보글거리는 물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뜨거운 김이 안경 너머로 뿌옇게 서려 시야를 가린다. Lai Chuang Xing Lv 곳곳에는 주인 부부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작은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거창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보살펴주고 있다는 무심한 다정함이 낯선 여행지의 긴장을 완전히 녹여주었다.
숙소를 나서 해변으로 향하는 길, 걸음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5월의 백합 향기가 교차하며 코끝을 스친다. 아이들은 고운 모래사장 위에서 이름 모를 작은 벌레를 쫓느라 여념이 없고, 우리는 그 천진난만한 뒷모습을 느릿하게 따라갔다. 어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같은 속도로 걷고 있다는 사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내일도 이곳에서 아주 느린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 아이와 함께라면 숙소 근처 해변 공원을 산책하며 화롄의 푸른 바다 내음을 만끽해 보세요.
-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수제 고추기름 간장을 곁들인 바오즈의 환상적인 조합을 꼭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