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첫 내기는 '누가 가장 먼저 멍청한 실수를 하는가'였다. 결과는 전원 참패. Lai Chuang Xing Lv 로비에 들어서서야 우리 셋 모두 칫솔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회용품 없는 호텔의 단호함 앞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허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매끄럽고 서늘한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 벽이 우리의 당혹감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침 식탁 위로 갓 쪄낸 공정바오가 하얀 김을 내뿜으며 올라왔다. 주인장이 직접 담갔다는 매콤한 고추 간장을 듬뿍 찍어 한 입 베어 물자, 쫄깃한 피 속에 숨어 있던 육즙이 혀끝에서 톡 터졌다. 짠맛 뒤에 따라오는 은근한 단맛의 여운. 여기에 향긋한 계화꿀 홍차 한 모금을 곁들이니,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가 잠들어 있던 감각을 부드럽게 깨웠다. 달콤한 티라미수로 마무리한 식사는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다.
"너 진짜 칫솔 안 가져온 거 실화냐? 짐 쌀 때 대체 뭘 생각한 거야?" 친구의 낄낄거리는 조롱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대답 대신 푹신한 침대 속으로 몸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3월의 화롄은 적당히 미지근했고, 창밖의 바다는 짙은 회색에서 어느새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누군가는 부지런히 명소를 찾아다니겠지만, 우리는 이 나른한 정적 속에 그냥 고여 있기로 했다.
방에 놓인 다이슨 드라이어 하나를 두고 세 명의 치열한 순서 전쟁이 벌어졌다. 윙윙거리는 모터 소리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머리를 말리는 짧은 시간조차 경쟁이 되었다. 눅눅했던 머리카락이 뜨거운 바람에 가벼워질 때마다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에 소리를 지르고 웃어댔다. 오직 우리만이 이해하는 유치한 농담들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딱 우리다운, 소란스럽고 다정한 시간이었다.
정오가 지나서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창밖의 태평양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다. 3월의 햇살은 날카롭지 않고 뭉툭하게 깎여 있어, 방 안의 회색 벽에 부딪혀 부드러운 우윳빛으로 퍼져 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촘촘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Lai Chuang Xing Lv의 벽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손끝으로 쓸어본 콘크리트는 매끄러우면서도 단단해, 마치 도시의 외로움을 형상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차가운 벽이 있었기에 침대 속의 온기는 더욱 선명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무심한 건축 양식 속에 숨겨진 다정한 배려. 그 서늘함과 따스함의 모순이 이 공간이 가진 진짜 매력이었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동다먼 야시장으로 향했다. 10분 남짓 걷는 길, 이름 모를 들꽃들이 눅눅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었다. 야시장의 소란스러운 소음과 기름진 냄새 속에 섞여 있다가 다시 호텔의 정적으로 돌아오는 길. 로비의 작은 도서관에 꽂힌 책들과 묵직한 안마의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란함의 끝에 찾아온 고요는 어떤 디저트보다 달콤했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환점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곳에서 마음껏 늦잠을 잤을 뿐이다. 짐을 챙겨 나오며 마지막으로 그 회색 벽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아니, 사실은 꽤 완벽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 그때도 지금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늦잠을 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가에 머물던 푸른 바다 조각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 주인장표 수제 고추 간장을 곁들인 공정바오의 맛은 꼭 경험해봐.
- 동다먼 야시장까지 천천히 걸으며 3월 화롄의 공기를 들이마셔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