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파랗네"
"여기 맞지?" 그가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을 거야. 일단 들어가 보자."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흰 벽과 파란 지붕이 겹쳐진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낯선 색감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파랗네." "그러게. 꼭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약속 없이 도착한 바다 앞에 섰다.
파란색과 흰색, 그리고 우리가 맞춘 호흡
Qi Xing Tan Du Jia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강렬한 파란색과 순백색의 대비였다. 마치 지중해의 어느 작은 마을을 화롄의 해변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입구의 시계탑은 느릿하게 시간을 알리고 있었고, 분수대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이 11월의 투명한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었기에, 이 낯선 색채가 주는 해방감은 더욱 달콤하게 다가왔다.
방의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벽면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처럼 채운 바다였다. 모든 객실이 바다를 향해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수평선이 눈높이와 정확히 일치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11월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얇은 가디건을 걸친 채 창문을 조금 열어두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섞인 바람이 밀려 들어와 하얀 커튼을 가볍게 흔들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리듬을 지켜보았다.
호텔에서 무료로 빌려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섰다. 사실 페달을 밟는 시간보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서로의 찰나를 사진에 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칠성담 해변에 도착했을 때 발밑에서 느껴진 감각은 예상과 달랐다. 고운 모래 대신 매끄럽게 닦인 조약돌들이 가득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돌들이 서로 부딪히며 '자갈자갈'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마치 낮은 저음의 첼로 연주처럼 들려 우리는 일부러 더 천천히 걸었다.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찾아간 24시간 스낵바는 Qi Xing Tan Du Jia Fan Dian이 건네는 작은 다정함 같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쥔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맛본 신선한 과일의 청량함과 따뜻한 수프의 부드러움은 정직했다. 화려한 장식은 없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어 깨어나는 감각들이 즐거웠다.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었다. 때로는 보폭이 어긋나고 침묵이 길어지기도 했지만, 이곳의 파도는 항상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왔다 밀려갔다. 그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고 있으니, 우리의 서툰 박자도 결국은 하나의 조화로운 선율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굳이 '노력하자'는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온도가 적당하고, 이 적막함이 편안하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몸을 던진 하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창밖으로는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고, 파란색이었던 세상은 서서히 보랏빛과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갔다. 우리는 그 색의 변화를 함께 호흡하며, 더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정적 속에 머물렀다.
창가에 놓인 두 잔의 커피에서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 무료 자전거를 타고 해변의 조약돌이 내는 낮은 노래를 천천히 들어봐요.
- 알람 없이 깨어나 침대 위에서 수평선 너머로 번지는 일출을 함께 감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