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기 더 누워있으면 안 될까"
"일어났어?"
"아니, 조금만 더."
"해 떴어. 일출 보러 가기로 했잖아."
"창밖으로 파란색이 보여. 그거면 됐어."
우리는 Qi Xing Tan Du Jia Fan Dian의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커튼 틈으로 스며든 6월의 빛은 지나치게 투명했고, 에어컨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 끝에 닿아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었다. 누군가는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겠지만, 나의 이번 여행 목적은 오직 최대한 오래 누워있는 것이었다. 곁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잔잔한 파도 소리처럼 아늑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이미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충분히 먼 곳에 와 있었으니까.
파란색과 흰색, 그리고 우리가 맞춘 보폭
방을 나서면 마치 산토리니의 어느 골목을 옮겨놓은 듯한 파란 지붕과 하얀 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강렬한 6월의 햇살 아래서 대비되는 두 색깔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했고, 그 순백의 벽면은 마치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갈 새로운 페이지처럼 깨끗했다. 바다를 품은 테마의 공간답게 호텔 곳곳에는 푸른빛의 변주가 가득했다. 로비의 24시간 스낵바에서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집어 들자, 컵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며 잠들어 있던 감각을 하나둘 깨웠다.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초승달처럼 굽어 있는 칠성담의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라운지 체어에 깊숙이 몸을 맡기면, 옅은 소금기가 섞인 바람이 뺨을 스치며 도시의 묵은 소음들을 깨끗이 씻어내 주었다.
호텔에서 빌려준 자전거를 타고 해변으로 향하는 길, 체인이 돌아가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리듬감 있게 귓가를 울렸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동안 뺨에 닿는 공기는 적당히 습하고 따뜻했다. 발밑의 촉감이 부드러운 모래에서 매끄러운 자갈로 바뀌는 순간,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파도가 자갈들을 서로 부딪히며 '촤르르' 하는 정직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마치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다정한 환영 인사 같았다. 자갈밭 위에 나란히 앉아 편의점에서 산 차가운 망고 한 조각을 입에 넣자, 끈적한 단맛과 서늘한 과육이 혀끝에서 녹아내리며 여름의 정점을 알렸다. 입술에 묻은 과즙을 닦아내며 서로를 바라보던 그 찰나의 웃음 속에, 우리는 말로 다 하지 못한 안도감을 공유했다.
조식 뷔페에서 맛본 따뜻한 죽의 은은한 곡물 향과 신선한 과일의 상큼함은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봤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평범함이 가장 특별하게 다가왔다. 우리의 관계는 밀물처럼 천천히, 그리고 깊게 차올랐다. Qi Xing Tan Du Jia Fan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법을, 그리고 침묵조차 편안해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밀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젖은 자갈들만 보석처럼 반짝이며 남았다.
- 우리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멀리, 이름 모를 해변까지 가볼까.
- 루프탑에서 같이 망고를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하나씩 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