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햇살과 소란스러운 식탁, 10층의 아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갓 볶아낸 커피의 고소한 향과 오븐에서 막 꺼낸 빵의 달콤한 내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Li Xuan Guo Ji Fan Dian`의 10층 식당은 매일 아침 작은 전쟁터가 된다. 둘째는 접시 위에 알록달록한 과일들을 산처럼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성을 만들었고, 첫째는 서툰 포크질로 소시지를 쫓다 옆 사람의 접시를 칠 뻔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소란스러운 풍경을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쥐었다. 도자기 컵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는 아이들의 소란함 속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정적이었다.
뷔페의 채소 볶음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 아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특히 세심하게 구분된 채식 메뉴들은 여행자의 배려심을 느끼게 했다. 아이들은 오렌지 주스를 들이켜며 이것이 마법의 물이라서 힘이 난다고 낄낄거렸다. 화려한 럭셔리 호텔의 정갈함은 아닐지라도, 이곳에는 사람 냄새 나는 넉넉함과 실속 있는 다정함이 있었다. 챙그랑거리며 부딪히는 접시 소리와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식당의 공기를 촘촘하게 채웠다. 그것은 낯선 도시에서 맞이하는, 꽤 근사하고 다정한 시작이었다.
붉은 기름의 온기와 거리의 소음, 화롄의 오후
호텔 문을 나서자 9월의 화롄 시내가 우리를 맞이했다. 공기는 서늘함과 따뜻함 그 경계 어디쯤에서 묘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는 좁은 골목 끝에 자리 잡은 '향편식'이라는 작은 가게로 향했다. 낡은 테이블, 쉴 새 없이 끓어오르는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 그리고 현지인들의 웅성거림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우리는 붉은 기름이 둥둥 뜬 홍유초수를 주문했다. 숟가락으로 뜬 만두피는 매끄러운 비단 같았고, 그 안을 가득 채운 육즙은 혀끝에 진하고 뜨겁게 남았다.
첫째는 젓가락질이 서툴러 만두를 자꾸 놓쳤다. 결국 붉은 기름 한 방울이 아이의 하얀 티셔츠에 툭, 점을 찍었다. 평소라면 옷을 버렸다며 잔소리를 했겠지만, 그 순간 만두를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해서 나는 그저 빙그레 웃고 말았다. "이건 여행의 훈장이야." 내 말에 아이는 으쓱하며 다시 만두와 씨름했다.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낮은 대화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고,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몸속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화려한 관광지의 식당보다 이런 투박한 곳이 더 깊은 잔상을 남긴다. 9월의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고, 우리는 적당한 포만감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방 안의 고요와 달콤한 위로, 밤의 기록
`Li Xuan Guo Ji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넉넉했다. 낮 동안 호텔의 공중정원을 거닐며 느꼈던 개방감이 방 안까지 이어진 듯했다. 아이들이 바닥에서 뒹굴며 장난을 쳐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이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밤늦게 편의점에서 사 온 현지 모찌와 제철 과일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아이들은 이미 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반쯤 눈이 감긴 상태였다. 쫀득한 모찌의 질감이 입안에 찰떡같이 달라붙었고, 은은한 단맛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방 안의 적막을 메우고 있었다. 둘째는 모찌를 씹다 말고 그대로 고개를 떨구어 잠들었다. 입가에 묻은 하얀 가루가 마치 작은 눈송이처럼 보였다. 나는 그 천진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남은 우유를 마셨다.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 우유였지만, 그 서늘한 온도마저 지금 이 순간에는 안온하게 느껴졌다. 짐 가방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신발장에는 흙이 묻은 운동화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완벽하게 정리된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 무질서함이 오히려 우리 가족의 진짜 모습 같아 안심이 되었다. 빳빳한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내일의 계획 대신 깊은 잠의 안식 속으로 천천히 고요히 머무했다.
잠든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 차이지 도우화의 팥 콩국수, 달콤하고 부드러워 아이들의 간식으로 제격이다.
-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메이룬 계곡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는 여유를 즐겨보길 권한다.